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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 뛰쳐나갔지만 다시 찾은 직장인의 삶…중장년의 프리랜서 독립 실패기

서울경제 조회수  

“이 회사에서 정년퇴직할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독립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생활이 궁금한데, 내 경력이면 이제는 홀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품고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의 삶을 살기를 꿈꾸는 중장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그 길을 걷기 전 업무, 시장 가능성, 희망 수입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라이프점프는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을 직접 맛봤다는 장진숙(47) 씨를 만나 퇴사 후의 프리랜서 생활과 재취업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번아웃’에 뛰쳐나갔지만 다시 찾은 직장인의 삶…중장년의 프리랜서 독립 실패기
‘번아웃’에 뛰쳐나갔지만 다시 찾은 직장인의 삶…중장년의 프리랜서 독립 실패기
장진숙 씨 제공

번아웃으로 퇴사…코치로 전직

2022년 말경, 장 씨에게 심각한 번아웃이 왔다. 건강에도 이상이 생긴 그는 더 큰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졌다. 결국, 장 씨는 2023년 3월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퇴사 전 미리 퇴로를 만들어뒀다. 업무에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 넣는 스타일이었던 장 씨는 21년 간의 직장 생활 동안 번아웃을 종종 경험했던 터라 업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삶을 동경해 왔던 참이었다.

그는 퇴사 전 한국코치협회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는 코칭 일도 구해뒀다. 코치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점에서 그가 하던 사회복지 분야의 일과 비슷해 보였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여러 코치에게 역량, 스킬,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성공적인 전직을 하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50대에는 여유롭게 일하는 삶을 상상하며 퇴사했지만 프리랜서로서의 실생활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프리랜서 하고 싶다면 업무뿐만 아니라 그 ‘삶’이 맞는지도 봐야 해”

“프리랜서들은 계속 자신을 드러내야 하더군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인적인 일상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게 저에게는 큰 부담이었어요.”

프리랜서들은 SNS에 강의하거나 작업을 하는 모습을 올려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고, 잠재고객에게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 일상이나 생각도 공유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SNS에 개인적인 내용을 올리는 걸 선호하지 않는 그에게는 간단한 포스팅조차 쉽지 않았다.

“프라이팬이 뜨겁다고 나왔는데 불구덩이에 뛰어든 셈이었어요. 퇴직하고 나서야 비로소 회사의 시스템과 나를 대표하는 명함 한 장의 묵직함을 깨달았죠.”

코치로 일하며 직장인으로서는 벌 수 없는 큰 소득도 단기간에 벌어 봤지만 그 외의 프리랜서의 불안정한 삶이 마음을 압박하기도 했다.

“코칭 일이 재밌었고, 성취감도 들었죠.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 자체가 잘 맞지는 않았어요. 저는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걸 좋아하고, 외향형 성향에다 자율성이 중요해 프리랜서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40대의 이·전직, 2030때와는 달라”

2, 3개월 간의 코치 생활 후, 그는 코치로의 전직을 포기하고 이직을 택했다. 하지만 중년의 그에게는 재취업의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20~30대에는 지하철 상가든 어디든 예뻐 보이는 옷이 보이면 사 입었어요. 하지만 40대가 되면 팔뚝살, 뱃살 등 신경 쓸 게 많아서 옷을 막 고를 수가 없어요. 중년의 재취업도 마찬가지더라고요.”

40대가 되니 이전 업무와의 일관성, 직무선호도 등을 따지다 보니 일자리 자체도 한정적이었다. 공들여 사업계획서를 써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면접을 마무리 봤어도 결과는 탈락으로 돌아왔다. 하향 지원해서 합격한 일자리는 막상 출근해 보니 만족하기 어려웠다.

20~30년 전 취업할 때와는 사회환경과 자신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그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개최하는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하거나 남부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경력설계 교육 등을 들었다.

‘번아웃’에 뛰쳐나갔지만 다시 찾은 직장인의 삶…중장년의 프리랜서 독립 실패기
‘번아웃’에 뛰쳐나갔지만 다시 찾은 직장인의 삶…중장년의 프리랜서 독립 실패기
라이프점프와 인터뷰하고 있는 장진숙 씨. 정예지 기자

“1년 정도 방황을 하면서 우울했어요. 경력을 사다리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올라가는 과정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경력설계 강의에서 들은 ‘커리어는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경험을 연결 짓는 것이다’는 말에 힘을 냈어요.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연결해보며 계속 문을 두드렸죠.”

그렇게 장 씨는 지난해 8월 서울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에 재취업했다.

“지금 회사는 바빠요. 저녁 9~10시에도 퇴근하는 날도 많아요, 하지만 활기 넘치고 생동감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좋아요. 시스템 안에 있을 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란 걸 다시 깨달았어요.”

종종 회사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지인들이 ‘프리랜서 생활이 어떠냐’고 묻는 일이 아직까지도 잦다.

“지인들이 프리랜서의 삶이 어떠냐고 많이 물어요. 중년이 되면 ‘이 직장에서 60세까지 일할 수 있을까, 50대가 되기 전에 미리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경험으로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이·전직할 곳이 내가 선호하는 걸 갖추었는지보다 내가 견딜 수 없는 게 무엇이고, 그게 있는지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연애든 퇴사든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 때문에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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