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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尹과 30여년 인연’ 정대철 “윤석열, 인간적으론 불쌍해 죽겠다”

데일리안 조회수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인터뷰

“尹 비상계엄 선포, 마른하늘에 천둥 치는 줄”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해야…이재명 설득 중”

“민주당, 조기 대선 너무 혈안돼 지지율 역전”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마음이 아프고 불쌍해 죽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서울대 법대 17년 후배인 윤 대통령과 30여 년 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정 회장은 “윤 대통령은 검사만 하다가 정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을 하다 보니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경악했다”며 “마른하늘에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 회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17일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 기관에 체포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1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정 회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분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번에는 이원집정부제에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 개헌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원집정부제 핵심은 책임총리제, 양원제(상원 신설), 지방분권 강화다. 이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설득 중이라고 했다. 헌정회가 지난해 5월 회원 1180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권력 구조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는 이원집정부제를, 10%는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해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조기 대선 치르는 데에만 혈안이 돼 너무 과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서울 중구에서 9·10·13·14·16대 의원을 역임한 5선 의원 출신으로,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등을 지냈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21일 제23대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헌정회장 선출이 직접 투표 방식으로 바뀐 뒤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정 회장은 여야를 아우르는 인맥으로 ‘여의도 마당발’로 통한다. 정 회장의 부친은 독립운동과 민주화에 힘쓴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이며, 모친은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독보적인 여성·인권 운동가인 이태영 박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심경이 어땠나.

“마른하늘에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것 같았다. 집에서 부인이 방으로 들어와 ‘비상계엄 선포됐다’고 알려줬을 때 ‘당신한테 잘한 게 없으니까 나한테 비상계엄 선포했는다는 소리지?’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부인이 ‘장난이 아니고 TV를 틀어보라’는 거다. TV를 틀어봤더니, 진짜였다. 경악했다. 바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한테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저도 몰랐습니다’라고 하더라. 우원식 국회의장한테 전화를 했더니, 담장 넘어서 국회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과정이 전 국민, 전 세계에 사실상 생중계됐다.

“내가 정치를 50년 가까이 했는데, 그런 장면 처음 본다. 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됐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나 같으면 대통령 자리에서 바로 내려왔을 거다.”

–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나.

“판단 미스 내지 과대망상 때문이라고 본다. 유튜브에 과몰입됐다는 말이 많지 않았나. 윤 대통령의 주장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은 불순 세력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의 불법선거 의혹 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광정(匡正)을 군을 동원해 알리려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인데,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여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 선포는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내란에 가까운 행태라고 본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윤 대통령과 꽤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이 평검사 시절에 서울대 법대 17년 후배라면서 국회의원이던 나를 찾아왔었다. 그 이후로 30여 년 동안 일 년에 서너 번씩, 많이 만날 땐 일 년에 열 번도 넘게 만나서 맥주를 마셨다. 만날 때마다 나보고 대통령 되라고 그랬는데,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되어서 인간적으로는 마음이 아프고 불쌍해 죽겠다. 그냥 가만히만 있었어도 유능하지 못한 대통령이 또 한 명 지나간 것으로 될 수 있었을 텐데, 비상계엄 선포해서 감옥까지 가게 된 것 아니냐.

윤 대통령은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이외의 선거에는 한 번도 나와 본 적이 없지 않나. 검사는 유죄냐 무죄냐로 판단하지, 중간이 없다. 그런데 정치는 서로 타협해야 할 게 많다. 검사만 하다가 정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다 보니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 같다.

주변에서 정치적 조언을 해줘도 윤 대통령이 듣지를 않았다고 하더라. 나도 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정치 경험이 많은 국회의장이나 전직 당대표 등을 모은 자문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가끔씩 충언이나 진언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을 했는데, 안 하더라.”

– 비상계엄 직후 폭락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에는 상승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져 국민의힘과 역전됐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까지는 국민들이 긍정했는데, (작년 12월 27일)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하면서 여론이 뒤집히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조기 대선 치르는 데에만 혈안이 돼 너무 과하게 하고 있다는 거다. 또 윤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도 일어났을 거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고 난 뒤에 수사를 하고 감옥에 보내고 그러면 될텐데, 너무 성급하게 공수처·검찰·경찰이 몰아붙이니까 국민들이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민심이 이렇게 예민한 거다.”

– 민주당의 ‘친중·반미’ 외교·안보 스탠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달 민주당이 주도해 발의한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 소추안에 “대통령이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폈다”는 내용을 넣어 논란이 되지 않았나.

“반미 색채를 띤다면 (만약 정권을 잡더라도) 정권 유지가 어려울 거다. 미국과 척지고 한미일 안보 체제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미국이랑도 잘 지내고, 중국이랑도 잘 지내야 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분출하고 있다.

“제6공화국 헌법의 핵심은 대통령직선제였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간접선거 방식으로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것을 대통령직선제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제6공화국 헌법도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못 막았다. 민주적 권력구조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 나는 내각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원집정부제에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 개헌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원집정부제 핵심은 책임총리제, 양원제(상원 신설), 지방분권 강화다. 이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

– ‘선(先)개헌·후(後)대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탄핵심판과 동시에 여야가 합의해서 ‘권력 구조 원포인트 개헌’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면, 국민투표를 마친 뒤 대선까지 치를 수 있다.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방안도 있다.”

– 현재 여야를 통틀어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말해놓고선 이제는 개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를 설득할 방안이 있나.

“지금 계속 이 대표를 설득 중이다. 이 대표는 개헌 일정으로 대선이 늦어질까봐 걱정을 하고 있을 텐데, ‘그럴 일 없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이 시대 가장 큰 정치개혁은 개헌’이라고 계속 설득 중이다.”

– 이 대표 외에 눈여겨 볼만한 야권 대권주자가 있다면.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김 전 총리는 TK(대구·경북) 출신이라 확장성이 있고, 김 지사는 빠른 머리 회전력을 갖춘 경제전문가다.”

–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괜찮다. 또 최근엔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을 대권후보로 포섭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보편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통령이 되려면 지금보다 보수적 색채가 옅어야 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정치 실종을 넘어 전쟁 상태다. 현재 한국 정치는 ‘발전적 경쟁’이 아닌 ‘퇴행적 대결’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Agree to Disagree(이견의 동의)’를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게 약한 것 같다. 또 진영 논리가 지역주의와 결합하면서 양 진영 간 극단적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다수결을 통한 입법 추구, 잦은 탄핵, 잦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계엄권 발동 등 힘의 논리를 너무 쉽게 행사하는 것도 문제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대통령제 하에선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설득하고 의견을 조정해야 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딱 한 번만 만나지 않았나.”

–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나.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한덕수 총리는 직무 복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음 대선 준비를 돕고, 과도중립내각(선거관리내각)을 세우고 물러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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