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은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금 상태에서 풀려날 경우,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폰을 교체하고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을 강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계엄에 가담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10명이 모두 구속 기소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줄곧 강조했던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이 가로막힌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무위원들에 대한 잇따른 탄핵 등 사실상 국가비상사태였기에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고,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최소한의 병력만 국회에 투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구속이 결정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도 구치소 수용 상태에서 받게 됐다. 직접 변론이라는 또 다른 방어 전략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 생방송 요청까지 했지만, 공수처나 검찰이 수사를 이유로 탄핵 심판 출석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 발부에 즉각 반발했다. 구속적부심사 통해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속적부심사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구속이 적법한지와 구속이 계속 필요한지 여부를 법원이 심사해 부적법하거나 부당한 경우 석방하는 제도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석방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체포적부심사는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한지 다투는 제도다.
보증금 납입 조건부 석방인 ‘기소 전 보석’을 선택할 수 있다. 법원은 구속과 그 계속이 적법하고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할만한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을 명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거나, 재판에 관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등에 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때에는 보증금 납입 조건부 석방을 명할 수 없다. 구속영장 발부 핵심 사유가 ‘증거인멸 우려’인 윤 대통령에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는 공수처와 검찰이 열흘씩 구속기간을 나눠 쓸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기소권이 없어 검찰과 사전에 이 같이 협의한 바 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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