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연재] 한강하구 이야기(15)

인천일보 조회수  

▲ 바닷물이 빠졌을 때 둘로 나뉘고, 물이 찼을 때 하나로 합쳐지는 분지도. /인천일보DB
▲ 바닷물이 빠졌을 때 둘로 나뉘고, 물이 찼을 때 하나로 합쳐지는 분지도. /인천일보DB

 한반도에 서린 한(恨)이 그곳에 옮겨진 것일까? 본디 한 덩어리이었을 땅이 이어질 듯 아슬아슬 끊겨 두 덩어리로 갈라진 것이 꼭 한반도를 빼닮았다.

천지가 조화를 부린 것일까? 지척에 두고도 갈래야 좀처럼 닿을 수 없는 것도 한반도의 그것과 다름없다.

이름의 뿌리도 알 길 없다. 둘로 쪼개진 땅(分地)이어서일까, 아니면 뚝배기를 엎어놓은 듯 가운데가 옴폭 들어간 땅의 모양(盆地)에서일까. 특정도서 제7호 분지도.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밖에 있는 분지도는 뭍사람들의 접근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직으로 내리꽂은 절벽도 그렇거니와 금방이라도 조바심에 아찔한 물길조차 생면부지의 왕래를 거부하고 있었다. 1t도 채 안 되는 선외기 낚싯배는 여기저기 난데없이 솟아오른 물속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의 공격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조심 또 조심. 방향키를 잡는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한 여느 섬의 상륙과는 사뭇 달랐다. 뱃머리 양쪽에 장정 두 사람이 눈금이 그려진 긴 장대를 들고 연신 바닷속을 훑으며 방향키를 잡은 선장(?)을 향해 외마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삼~, 이~, 일~” 수심을 가리키는 외침이었다. 머뭇거리다가는 낚싯배가 여를 들이받거나 불쑥 올라온 모래톱에 배 밑창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의 고함이었다.

가슴 졸이기를 10여 분. 실낱의 모래펄로 이어진 두 덩어리의 무인도가 조용히 누워 있었다. 3만5천901㎡의 분지도다.

▲ 썰물에 드러난 분지도 해안과 펼. /인천일보DB
▲ 썰물에 드러난 분지도 해안과 펼. /인천일보DB

남들이야 ‘에게~ 요게 특정도서야!’라고 말할 법하지만 분지도는 강화군 특정도서 8군데 중에서 우도를 빼고 둘째로 큰 규모다. 사실 말이 ‘특정도서’지 범인들의 눈에는 그리 별다를 것도 없다. 손을 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되레 어색할 정도다.

큰 덩어리의 땅은 마치 헝클어진 머리채의 모습이다. 담쟁이 넝쿨과 칡넝쿨이 뒤엉켜 몸 하나도 빠져나가기 빠듯하다. 도심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풀꽃 나무들이 분지도를 지배하고 있다. 팥배나무와 작살나무, 금은화, 억새, 갯메꽃, 엉겅퀴, 닭의장풀 등 그리 귀하지 않은 식물들이다.

▲ 절벽 꼭대기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소나무. /인천일보DB
▲ 절벽 꼭대기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소나무. /인천일보DB

눈에 띄는 식생이 없는 데는 ‘방목한 염소들의 습격이 있었으리라’라는 짐작만이 오갈 뿐이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1970~80년대 정부는 농어촌의 소득증대로 염소방목을 지원했다. 마을별로 도망칠 수 없게 되도록 가까운 섬의 초지에 염소를 풀어놓고 길러 농어가의 소득으로 삼았다. 대단한 먹성을 가진 염소 떼는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식성에 남아나는 것 없이 섬 전체가 초토화하기 일쑤였다

희한한 것은 아름드리 아까시나무가 작은 섬의 정상을 온통 뒤덮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딴 섬에 누군가 일부러 아까시를 심었을 리도 없을 텐데…, 꽃씨가 날아와서 자랐나?’ 생각할수록 궁금증은 더해 갔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아까시나무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식물학자들 가운데는 외래종인 아까시나무의 국내 첫 상륙지를 ‘인천’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일본인이 구한말 공원에 심을 요량으로 이 나무를 들여왔다는 것이다.

항구도시 인천은 외국인들의 접근이 쉬웠고,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 생길 정도로 외국의 문물이 가장 빨리 도입된 까닭이라고 설명한다. 하여튼 지금 공원으로 조성된 월미산에 어른의 아름을 넘는 크기의 아까시가 무성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 작은 또 하나의 분지도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분지도가 특정도서로 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튀어나왔다.

▲ 분지도 여에 나란히 앉아있는 검은머리물떼새. /인천일보DB
▲ 분지도 여에 나란히 앉아있는 검은머리물떼새. /인천일보DB

흔히 바다의 생명력을 빗대 ‘갯벌은 살아있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그런 갯벌이 분지도를 감싸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수십여 마리가 구멍이 숭숭 뚫린 갯벌에 내려앉아 분주히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조개와 게, 작은 물고기 등을 먹이로 삼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분지도 갯벌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분지도와 그 갯벌은 인근 유인도인 주문도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귀중한 삶의 자원이다. 바지락과 굴, 백합 등 해산물들을 용케 때를 맞춰 아낌없이 토해내기 때문이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천일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특징주] 삼성화재(000810), 충분한 자본금 바탕…주주환원율 '훈풍'
  • 尹, ‘헌정 최초’ 다관왕 오명… 체포·구속은 연전연패 [尹 대통령 구속]
  • 3600명 투입하고 왜 못막았나…'법원 난입' 경찰 대응 도마에
  • 검·경 ‘법원 난입’ 전담팀 구성…법원행정처장 "법치주의 전면부정"
  • 독감 예방접종, 지금이라도… 해외여행 땐 감염병 상황 체크하세요
  • 권영세 "이재명 혐의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 법적 형평성 지켜야"

[뉴스] 공감 뉴스

  • 尹 구속 핵심 사유는 대통령 지위 이용한 '증거 인멸' 가능성
  • 45세 허지웅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일어난 폭동 원인으로 지목한 인물은 최상목 권한 대행이다
  • 소방청, ‘설 연휴 2주간 ‘비상응급 이송 대책’ 추진한다
  • "GV70 신차가 4천만원대?"…제네시스 '신년 재고떨이' 시작
  • 설연휴 서울지하철·버스 연장…버스 막차 새벽 2시 서울역 통과
  •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몸이 보내는 ‘신호’ 그냥 지나치면 안되는 이유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제네시스 오픈카 나온줄” 8기통 영국 대표 신형 스포츠카 공개
  • “경기도에서만 105대 추돌” 블랙아이스 사고 속출 대혼란
  • “아반떼 N 이전에 이 차가 있었다” 원조 스포츠 세단의 귀환
  • “역시 벤츠보다 낫네” 현대차그룹, 전기차 화재에 100억원 쏟는다!
  • “전기차 망하나” 이러다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다 먹겠네”
  • “아빠들 고민 미친 듯이 늘었다” 현대, 드디어 새 팰리세이드 공식 출시!
  • “건설사에서 자율주행을?” 이젠 계단도 다니고 엘레베이터도 조작한다!
  • “하루에 105대 연쇄 추돌 사고” 운전자들, 당장 지켜야 하는 것은?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충격' 살라가 사우디 무대로 가나? 네이마르 대체자로 이름 올렸다…"내년 여름에 영입 가능할 수도"

    스포츠 

  • 2
    "신태용 감독님 감사해요!"…'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인니 A대표팀' 미드필더는 떠난 사령탑을 잊지 않았다

    스포츠 

  • 3
    일본 165Km 강속구 투수 사사키, MLB 다저스와 계약

    연예 

  • 4
    '무리뉴와의 맞대결이 기다린다!' 솔샤르, 튀르키예 무대서 감독직 복귀…맨유와의 맞대결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 

  • 5
    “편식했었는데”… 고기 줄이고 먹으면 치매 위험 20% 낮아지는 '한국 음식'

    여행맛집 

[뉴스] 인기 뉴스

  • [특징주] 삼성화재(000810), 충분한 자본금 바탕…주주환원율 '훈풍'
  • 尹, ‘헌정 최초’ 다관왕 오명… 체포·구속은 연전연패 [尹 대통령 구속]
  • 3600명 투입하고 왜 못막았나…'법원 난입' 경찰 대응 도마에
  • 검·경 ‘법원 난입’ 전담팀 구성…법원행정처장 "법치주의 전면부정"
  • 독감 예방접종, 지금이라도… 해외여행 땐 감염병 상황 체크하세요
  • 권영세 "이재명 혐의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 법적 형평성 지켜야"

지금 뜨는 뉴스

  • 1
    우리카드, 알리·김지한 활약으로 삼성화재 격파…4위 유지

    스포츠 

  • 2
    EBS1 '극한직업' 휴게소 外

    연예 

  • 3
    곧 설날.. 그 시절 명절 고속도로 사진

    뿜 

  • 4
    여친 볼 쓰다듬으면 행운 2배

    뿜 

  • 5
    미국에선 부자들만 먹는다는 채소

    뿜 

[뉴스] 추천 뉴스

  • 尹 구속 핵심 사유는 대통령 지위 이용한 '증거 인멸' 가능성
  • 45세 허지웅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일어난 폭동 원인으로 지목한 인물은 최상목 권한 대행이다
  • 소방청, ‘설 연휴 2주간 ‘비상응급 이송 대책’ 추진한다
  • "GV70 신차가 4천만원대?"…제네시스 '신년 재고떨이' 시작
  • 설연휴 서울지하철·버스 연장…버스 막차 새벽 2시 서울역 통과
  •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몸이 보내는 ‘신호’ 그냥 지나치면 안되는 이유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제네시스 오픈카 나온줄” 8기통 영국 대표 신형 스포츠카 공개
  • “경기도에서만 105대 추돌” 블랙아이스 사고 속출 대혼란
  • “아반떼 N 이전에 이 차가 있었다” 원조 스포츠 세단의 귀환
  • “역시 벤츠보다 낫네” 현대차그룹, 전기차 화재에 100억원 쏟는다!
  • “전기차 망하나” 이러다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다 먹겠네”
  • “아빠들 고민 미친 듯이 늘었다” 현대, 드디어 새 팰리세이드 공식 출시!
  • “건설사에서 자율주행을?” 이젠 계단도 다니고 엘레베이터도 조작한다!
  • “하루에 105대 연쇄 추돌 사고” 운전자들, 당장 지켜야 하는 것은?

추천 뉴스

  • 1
    '충격' 살라가 사우디 무대로 가나? 네이마르 대체자로 이름 올렸다…"내년 여름에 영입 가능할 수도"

    스포츠 

  • 2
    "신태용 감독님 감사해요!"…'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인니 A대표팀' 미드필더는 떠난 사령탑을 잊지 않았다

    스포츠 

  • 3
    일본 165Km 강속구 투수 사사키, MLB 다저스와 계약

    연예 

  • 4
    '무리뉴와의 맞대결이 기다린다!' 솔샤르, 튀르키예 무대서 감독직 복귀…맨유와의 맞대결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 

  • 5
    “편식했었는데”… 고기 줄이고 먹으면 치매 위험 20% 낮아지는 '한국 음식'

    여행맛집 

지금 뜨는 뉴스

  • 1
    우리카드, 알리·김지한 활약으로 삼성화재 격파…4위 유지

    스포츠 

  • 2
    EBS1 '극한직업' 휴게소 外

    연예 

  • 3
    곧 설날.. 그 시절 명절 고속도로 사진

    뿜 

  • 4
    여친 볼 쓰다듬으면 행운 2배

    뿜 

  • 5
    미국에선 부자들만 먹는다는 채소

    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