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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 인터뷰③] 김성중 김앤장 변호사 “韓 제품이 美 소비자에 이득된다고 적극 설득해야”

조선비즈 조회수  

트럼프 2기 정부가 오는 20일 공식 출범한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할 전망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국내 주요 로펌의 산업·통상 전문가 4명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김성중 변호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에 대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민소 기자
김성중 변호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에 대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민소 기자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줄여나가려 할 것이다. 그 속도가 1기 정부 때보다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다. 의회에서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연방 정부나 주 정부가 얼마든지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김성중(사법연수원 37기) 김앤장 변호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변호사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산업통상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산업통상 전문가’다. 그는 국제무역기구(WTO)에서 한·미 제로잉(Zeroing) 분쟁 등 다수의 분쟁을 맡아 대한민국의 승소를 이끌어 냈다. 한·중, 한·베트남 등 양자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한국 정부 대표로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No trade is free. 트럼프 1기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2023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2기 통상 정책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free’는 자유 또는 공짜를 뜻한다. 미국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무역은 더 이상 없다 없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퍼 줬다’는 생각 아래 상대 국가가 무역을 통해서 얻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미국에게 대가를 지불하라는 식의 통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 정책의 차이가 있을까.

“’중국에 대한 견제’나 ‘미국 내 투자 유치’ 같은 지향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행정부 인선이 1기 때와 달라져서 정책 집행 속도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1기 때는 트럼프를 말리고 견제할 수 있는 참모진 즉 ‘어른의 축’이 있었다면, 2기 트럼프 행정부에는 그의 말에 잘 따르고 충성스러운 소위 ‘예스맨’들이 포진해있다. 정책 집행 속도가 1기 때보다 차이나게 빨라질 것이 예상된다. 또 연방의회 상·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의회 견제도 안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원하는 정책이 힘있고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의미다.

취임과 동시에 보편관세를 바로 부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보편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 경제 비상 사태(IEEPA)’ 선포까지 검토 중이다. IEEPA는 대통령에게 대외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인데, 오래동안 사문화됐다가 트럼프 1기 때부터 다시 원용된 법이다. 의회의 법 개정 없이 신속하게 무역을 제한할 수 있어서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하려 한다.”

-기업들의 관심사도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졌나.

“발빠른 기업들은 트럼프 1기 때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대미 수출에서 대미 투자로 전략을 바꿨다. 더 이상 한·중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고, 아예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미국에 투자를 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자동차, 배터리 기업과 반도체 기업들이다. 이런 곳들의 관심사는 투자 환경의 변화다. 반도체 기업은 바이든 행정부 때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Act)이 시행되면서 미국 내 제조 설비에 투자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자동차·반도체 기업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에 힘입어 투자를 늘렸는데, 트럼프 2기에서는 이같은 혜택을 줄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등 여러 인센티브 등을 없앨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투자 계획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려울 것으로 본다. 선거기간 중 IRA가 잘못 됐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의회에서 만든 법률을 바로 폐지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이 법의 혜택을 보는 지역이 상당 부분 공화당 의원 지역구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 내 법률 전문가들도 폐지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법률이 유지되더라도 예산 집행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하위 규정들은 바뀔 수 있다. 또 행정부가 세제 혜택을 실제로 실행함에 있어서 실무적인 단계를 복잡하게 하거나 늦추는 등 실행 과정을 어렵게 만들면서 인센티브 혜택을 줄여나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정부가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조건들을 강화할 수 있어 기업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지 않은 ‘수출 위주’ 기업들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수출 위주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원산지가 중국산인지에 대해 점점 더 강한 의심을 받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관심사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와서 미국의 일자리와 돈을 뺏어간다는 기본 사고가 있다. 이 사고가 2기 때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주장해도 ‘원재료는 중국에서 온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기도 하고, 생산에 있어서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한 기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로펌을 찾을 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아까 언급한 수출 위주 기업의 경우 로펌에 공급망 실사를 맡기고 있다. 부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망, 즉 납품업체들을 차례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정말 깨끗하게 한국산인지’ 확인하는 일을 맡기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소유 기업으로부터 유래한 재료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나온 희토류나 광물 같은 것들이 끼어들어오지 않았는지 인증하는 업무가 늘었다. 트럼프는 행정부는 지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을 통과시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강화했다. 반도체 기업들도 로펌을 많이 찾고 있다. 트럼프가 첨단기술 이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첨단기술은 군사적 목적으로 금방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국가가 수출 통제 공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원천 기술이 미국에서 유래한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특정 반도체 제품을 다른 수출할 때 ‘D램 공정’처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국가적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술은 아닌지, 거래 상대방이 안전한 구매자인지 등을 점검하고 파악하는 업무를 맡기고 있다.”

김성중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민소 기자
김성중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트럼프 2기 산업·통상 이슈’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민소 기자

-보편 관세에 대한 우려도 크다.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국가 안보’를 거론하며 철강수입에 25%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함께 철강 수출도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정부 대 정부 협상을 통해 철강 쿼터를 받아내 세금 폭탄에서 벗어났다. 이런 전례를 참고해서 정부 대 정부 협상을 통해 한국만 저율을 부과받거나 제외받는 협상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특정 물품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목소리를 빌리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제품은 미국이 수입해서 써야지만 국익에 도움이 되고 미국 수요자에게 이득이다’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해서 협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 재협상한 한·미 FTA가 또 수정될 가능성 있을까.

“이미 1기 때 손을 많이 봤다는 생각을 트럼프 2기 행정부도 갖고 있을 것이다. 이걸 또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까진 크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상대국가의 니즈를 항상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빌미로 미국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한미 FTA 재수정을 언급해 미국 쪽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미 FTA를 고치자고 달려들면 큰 일’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우리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FTA는 트럼프 1기 때 정리됐고 균형점을 잡았으니, ‘또 고칠 리가 없다’는 의연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 2기를 맞는 후배 관료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다면.

“보통 대미 협상에 앞서 관료들은 대내 협상을 먼저 하는데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수출길을 공세적으로 열어야 하지만, 그럼 또 우리 농산물 시장도 개방해야 하는 식이다. 결국 부처 간 ‘정당한 싸움’을 통해 결론을 잘 정돈하고 ‘팀 코리아(Team Korea)’가 ‘원 보이스(One Voice)’를 갖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는 대내 협상을 잘 정리해 줄 사령탑도 없는 것이다. 이런 공백이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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