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 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026년 미국‧유럽산 수입 우유에 대해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이미 국내 유업계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무관세로 수입 우유가 들어오게 되면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어 유업계의 대응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수입에 밀린 국산, 왜?
낙농진흥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원유 소비량은 지난 2003년 62.5kg에서 2023년 83.9kg으로 전반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발효유‧치즈‧버터 등 가공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국내서 주로 생산되는 흰 우유(백색‧가공) 소비량은 같은 기간 38.2kg에서 30.9kg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원유 생산량은 193만8,000톤, 수입량(원유 환산)은 236만4,000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국내 원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415만3,000톤(t)으로 추정됐다. 1인당 원유 소비량을 기준으로는 80.8kg으로 환산된다.
이미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 수입량이 국산 원유 생산량을 넘어선 가운데,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산 흰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저가의 유제품 수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흰 우유가 미국‧유럽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비싸서다. 2023년 기준 우유 1리터당 생산비는 전년 대비 4.6%(44원) 상승한 1,003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경영비에 해당하는 857원에서 약 68.7%를 사료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사료비가 오르거나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생산비도 함께 오르게 된다. 국내 낙농업은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최근에는 수입 멸균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몇 년간 수입량 증가 추세에 있던 치즈‧버터에서 수요가 옮겨가면서 지난해 멸균유 수입량은 전년대비 30.2% 증가한 4만9,000톤을 기록했다. 보관이 쉽고 국산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멸균유 수입량을 증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 유업계 전략, 사업다각화‧고급화에 ‘초점’
국내 주요 유업계는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방향은 고급화와 사업다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원유 가격 협상에 따라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 가격은 동결됐고, 가공유 가격은 리터당 5원 인하됐다. 그러나 이는 수입 우유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3년 연결기준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경우는 프리미엄 우유인 ‘A2 우유’ 브랜드를 확장한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4월 ‘A2+(플러스) 우유’를 새롭게 선보이고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A2 우유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해 11월 ‘A2+ 우유’는 누적 판매량 2,200만개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우유는 “A2+ 우유는 A2 전용 목장에서 자란 젖소의 100% 국산 원유만을 사용했다”면서 “특히 우유 섭취와 소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와 고품질 우유를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우유 프로틴 에너지’ 등 단백질 음료 시장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매일유업도 유기농‧락토프리 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05년 락토프리 우유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내놓은 이후, 2023년 2월 우유 단백질을 1.5배 강화한 단백질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국내 락토프리(유당분해우유)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브랜드를 통해 멸균 가공유와 요거트 등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아몬드브리즈‧어메이징오트 등 식물성 제품,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통한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 등을 통해 우유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일유업 전체 매출액에서 유가공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2년엔 유가공품 비중이 82.1%에 달했다.
지난해 한앤컴퍼니에 인수돼 같은 해 3분기엔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남양유업도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3분기 기준 매출에서 ‘맛있는우유GT’ 등 우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52.2%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아몬드데이(식물성 음료), 플로라랩(유산균 음료), 테이크핏 맥스(단백질 음료) 등을 선보이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농업전망 2025 : 한국 농업·농촌, 변화를 준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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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6.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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