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 제품들이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하이센스와 TCL 등은 올해 열린 CES 2025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괄목할만한 성장까지 거뒀다는 평까지 받는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초대형 사이즈에 고화질을 갖춘 마이크로 LED TV와 미니 LED TV 등을 선보이고 한국 기업을 위협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년 내 중국에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넘보는 중국 기업의 약진이 심상찮다. 2024년 3분기 8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중국 가전 브랜드 TCL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하이센스는 미국 내 87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점유율 역전 현상은 중국 TV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주요 가전업체는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밝기와 화질 등 성능을 대폭 개선한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이센스는 13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이고 연내 글로벌 시장에 해당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 LED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필요 없는 차세대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초소형 LED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면서도 유기물을 기반으로 하는 OLED와 달리 무기물을 이용해 수명이 길고 번인현상 부작용이 없다. 블록 형식으로 모듈만 맞추면 수백인치 사이즈까지 생산할 수도 있다.
다만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기판 위에 적색·녹색·청색(RGB) LED를 붙여 구현하는 전사 기술이 요구돼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 기술 개발에 10년 가까이 시간을 쏟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양산 단가로 인해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TCL은 CES 2025에서 삼성전자의 주력 기술인 미니 LED에서 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였다. 화질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미니 LED TV인 QM6K 시리즈를 공개한 것이다. QM6K 시리즈는 중국 TCL의 판구 연구소에서 설계한 슈퍼 하이 에너지 LED 칩을 사용해 이전보다 53% 더 밝다. 7000대 1 명암비에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미니 LED TV는 작은 크기의 LED를 백라이트 광원으로 활용하는 LCD 기반 TV다. 기존 단점인 명암비 등을 개선한 프리미엄 LCD TV로 볼 수 있다. 4~5년전부터 중국 업체는 미니 LED TV 출하량을 늘리며 시장 성장을 주도해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업체들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주병권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공세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라며 “과거에는 사이즈를 키우고, 해상도를 높이고, 휘고 접고 말고 하는 식으로 기술력을 높여왔는데 중국 업체들도 관련 기술력을 키워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스플레이, TV 분야는 이르면 5~10년내 중국에 선두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TV, 디스플레이 부문에선 소비자의 욕구(니즈)를 고려해야 하는데 8K, 16K를 만든다고 소비자가 해상도 차이를 미세하게 체감할 수 없다”며 “기술력에서 우리가 앞서더라도 향후 개발될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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