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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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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챗GPT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큰애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버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서제경(가명·44) 씨는 “돌이켜보면 조금만 먹어도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 느낌을 받은지 제법 오래 됐다. 바쁘다는 핑계로 위내시경 검사를 미뤘던 게 후회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속이 메스꺼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고형암은 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국한,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했으면 국소 진행,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까지 퍼졌으면 원격전이라고 부른다. 요약병기(1~4기)로 따지면 국한은 1기부터 일부 2기, 국소진행은 2기 일부와 3기, 원격전이는 4기로 보면 된다. 서씨의 경우 복강 내 여러 장기를 싸고 있는 얇은 복막을 따라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음식을 도통 먹지 못하는 데도 배가 불러오고 장이 딱딱해졌던 건 위장관 부위 복막에 암이 전이됐음을 알리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 위암 발생률 줄었지만…원격 전이되면 생존율 7.5%까지 떨어져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위암 신규 환자는 2만 9487명으로 전체 암 발생건수의 10.5%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한국인 암 발생률 1위를 지켰던 위암은 헬리코박터파이로리 감염률과 식습관 변화, 위내시경 검진 등의 영향에 4위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원격전이된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5%로 5대 국가암 중 가장 낮다. 암세포가 위에 국한됐을 땐 내시경 절제나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해 5년 생존율이 97.5%에 달하지만 국소 진행부턴 62.0%로 급감한다. 원격 전이를 동반한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담도암(4.1%)·간암(3.5%) 등과 유사하다. 위암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복막전이가 발생한다. 서씨처럼 복막전이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약 3~6개월에 그친다.

“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요?”

수척해진 얼굴로 찾아온 서씨에게 류민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통상적 항암치료만으로는 1년을 넘기기 상당히 어렵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비싸더라도 말기 위암 환자에게 써볼만한 신약이 있지 않느냐 묻자 “한 달 안에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엄밀히 말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클라우딘18.2 표적치료제, 1년 넘는 생존연장 효과…말기 위암 환자에 희망

최근 위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클라우딘18.2 표적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빌로이는 작년 9월 HER2 음성이면서 클라우딘18.2 양성 소견을 보이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를 위한 1차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클라우딘18.2는 위에서 발현·노출되는 단백질로 위암 등 특정 유형의 암에서 과발현하는 경향이 있다. 림프절 및 원격 전이 부위에서도 일부 발현될 수 있고 암의 전이와 진행 과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암을 표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PD-L1 등이 있지만 전이성 위암 환자의 90% 가량이 HER2 음성이라서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가 컸다.

류 교수는 “HER2 음성 환자의 약 40%가 클라우딘18.2 양성 환자로 보고됐다. 전이성 위암 중에서도 위급한 복막전이에서 클라우딘18.2 양성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빌로이는 2건의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통해 1년이 넘는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1000여 명의 임상연구 참여자 중 96명이 한국인이었다.

“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1년 더 살 수 있는데” 동반진단 규제에…말기위암 생명줄 끊길 위기[메디컬 인사이드]
류민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류 교수는 “한국인 환자 대상의 하위 분석 연구 결과 빌로이를 사용했을 때 사망에 대한 위험도가 50% 낮아졌다”며 “분석 대상이 적음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 확인 필수인데…옥상옥 규제에 동반진단 사용 길 막혀

하지만 빌로이는 제약사가 임상 참여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동정적사용(EAP) 외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조직의 특정 단백질 분포도를 파악하는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법(IHC)이 필수적인데, IHC 검사를 시행하는 동반진단 의료기기의 사용 길이 막혀서다.

현 제도상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동반진단 검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받았어도 행정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검사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보니 처방 대상자를 판별할 수조차 없다. 류 교수는 “좋은 약이 나왔고 허가도 받았는데 왜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은커녕 동반진단 검사조차 못하게 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약을 콕 집어 처방을 문의하는 환자들도 있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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