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의 등장은 몽골인들에게는 ‘화장실 혁명’이었다. 화장실이 아예 없거나 재래식 화장실이 대부분인 몽골에서 무료로 화장실을 개방하니 편의점을 자주 찾게 되고 간편식 등 한국 식품 소비에도 익숙해졌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한국 편의점 ‘2강’인 GS25와 CU 점포가 나란히 자리했다. CU 매장 안에선 고객들이 냉장 간편식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등 한국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매장 내부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러 온 사람도 많았다.
한국 편의점이 해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몽골이다. 16일 현재 해외에 한국 편의점 1300여 개가 있는데 이 중 700개 이상이 몽골에 있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케이(K)푸드와 결합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 편의점 본사는 현지 업체를 중간 가맹 사업자로 활용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CU와 GS25는 몽골에서 각각 441개, 26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몽골 전역에서 이들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어 가장 성공적인 진출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몽골에 처음 진출한 업체는 CU다. 2018년 8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1호점 CU샹그리아점을 열었다. 몽골 대형 유통기업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손을 잡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GS25는 2021년부터 몽골 진출을 본격화했다. 몽골 재계 2위 숀콜라이그룹과 손을 잡았다. 2021년 3개로 시작해 최근 267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GS25는 올해 말까지 몽골 점포 수를 5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브랜드 모두 한류와 K푸드 인기를 기반으로 몽골 내 편의점 시장을 개척했다.
몽골 인구 60% 이상은 35세 이하다. 젊은이들이 주요 소비 주체인 데다 도시화가 진행 중이라 한국 편의점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몽골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이라 한국 식품과 공산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고령화와 경쟁 과열로 내수 시장 성장 한계에 부딪힌 한국 편의점 산업 입장에서 몽골은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인 셈이다.
현지에서 한국 편의점은 공중화장실 등 인프라 제공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몽골은 공공 인프라가 아직 충분한 상태가 아니라 도심 내 공중화장실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CU와 GS25는 매장 내부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이를 고객의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무료로 개방했다. 현지 슈퍼 등에선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다. 편의점의 기본 기능인 간편식, 음료 판매 외에도 소비자들에게 생활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그 결과 한국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대한 몽골인들의 인식이 좋아졌다. 화장실 개방이 매장 방문 빈도를 높이고, 방문이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발생했다. 몽골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오유카(32)씨는 “GS25와 CU는 그냥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로 인식된다”라며 “몽골의 젊은 사람들은 모두 편의점에서 소비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다만 한국 편의점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 국내 편의점 업계의 해외 매출 비중은 평균 4%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본사가 로열티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국을 다변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 편의점이 진출한 국가는 몽골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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