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강동맥주는 처음 보네.”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롯데마트 천호점, 이곳에는 다른 롯데마트 지점에는 없는 대표 상품이 있다. 바로 ‘강동맥주’다. 이날 강동구에서 첫 영업을 시작한 롯데마트가 춘천 스퀴즈브루어리와 함께 만든 지역 맥주로 2000캔 한정 수량이 출시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천호점 오픈을 기념해 천호동 명물인 주꾸미 골목과 어울리는 청량감 있는 라거 맥주를 개발했다”면서 “앞으로도 점포별로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특화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가 지역 맥주까지 만들며 출점을 기념한 이유는 이 점포가 롯데마트 재도약의 신호탄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천호점은 롯데마트가 2019년 8월 30일 수지점에 이어 5년6개월 만에 선보이는 매장이다.
◇6년 만에 신규점 낸 롯데마트, 그동안 무슨 일이?
롯데마트는 2012년만 해도 매출 9조7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냈다. 그러나 온라인에 밀려 대형마트가 침체하면서 2015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후 적자 기조를 이어왔다.
이에 롯데마트는 성장 대신 내실 경영을 택했다. 2019년 125개던 점포 수를 지난해 110개로 줄이고, 매장을 그로서리 중심으로 재편했다. 또 신규 출점을 하지 않는 대신,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주류 특화 매장 ‘보틀 벙커’, 식료품 특화 매장 ‘그랑 그로서리’, 반려동물 콘텐츠 특화 매장 ‘콜리올리 펫타운’ 등을 선보여 차별화를 시험했다.
2022년 11월부터는 마트와 슈퍼의 상품 소싱(조달) 통합을 시작으로, 영업본부를 제외한 모든 조직을 통합해 사업 효율화를 추진했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마트는 2022년 484억원의 흑자를 냈고, 이듬해 873억원의 흑자를 냈다.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에도 8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이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추진 중인 e그로서리 사업을 롯데마트로 이관한 영향으로 수익성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그동안 추진해 온 효율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자, 다시 외형 성장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측은 천호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구리점도 출점할 예정이다.
◇그로서리 전문점 기틀 마련… 상반기 오카도 플랫폼 기반 ‘앱’ 출범
천호점은 서울 지하철 천호역 인근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자리했다. 매장 면적은 4538m2(1374평) 규모로, 기존 대형마트가 2000평 이상임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대신 임대(테넌트) 공간 없이, 그로서리 중심의 마트만 구성해 본업을 충실히 구현했다.
매장의 80%를 신선과 즉석 조리식품으로 구성하고, 비식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자체 브랜드(PB) ‘오늘 좋은’을 숍인숍(매장 안 매장)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 동부산점을 시작으로 ‘오늘 좋은’ 숍인숍을 3곳 운영 중인데, 동부산점의 경우 개점 이후 6개월간 매출이 15%가량 증가했다.
이 외에 롯데슈퍼에서 선보이던 ‘끝장상품존’을 마트에 도입했다.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일반 상품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 또 소용량 가성비를 내세운 ‘요리하다 월드뷔페’와 ‘와인 앤 리큐르존’ 등 오프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경험을 확대했다.
롯데마트 천호점은 인근에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킴스클럽 등을 대형마트 4곳이 있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롯데마트 측은 “천호점 반경 2km 이내 약 17만 세대가 거주해 배후 상권이 풍부하며, 지난해부터 재개발과 재건축 지역의 입주가 시작돼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라며 자신했다.
천호점을 시작으로 롯데마트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위한 전략에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올 상반기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e그로서리(식료품)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제타’(LOTTEMARTZETTA)를 선보인다. 이어 내년 1분기에는 오카도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물류센터를 개소해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천호점은 롯데마트의 핵심 경쟁력인 그로서리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충실히 구현한 차세대 그로서리 전문점의 표준이 되는 매장”이라며 “마트와 슈퍼 사업부 통합,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전환 등과 더불어 마트와 슈퍼의 외연 확장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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