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정병일 기자=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방산업계가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미 방산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업체에 수익성 있는 계약을 제공해 기존 업체들을 붕괴시킬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 국방부 고위층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첫 임기 때보다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방산업체들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는 결정에 직접 개입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두 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제조사인 보잉에 대해 가격을 내리라고 고집스럽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보잉은 에어포스 원 제작을 위한 새 계약을 38억 달러 규모로 당시 정부와 체결했다. 이는 이후 43억 달러로 수정됐지만 보잉 측이 당초 추정한 제작비용 50억 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여기다 기술기업들이 방위산업 분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존 방산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팔란티르와 자율드론 제조업체 안두릴 등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챗GPT 개발사 오픈AI 등과 함께 8500억달러(약 1200조원)에 달하는 미 국방 예산을 노리고 컨소시엄 구성을 협상 중이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차기 국방장관 후보는 14일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방산 분야에서 경쟁과 혁신을 강화해 신무기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너무 폐쇄적”이며 “새로운 기술을 차단하려 한다”고 비판한 반면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 대해선 “처음으로 펜타곤에 최고의 기술을 도입하려는 의지와 열망, 역량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신정부는 방위 분야에서 신규 진입자를 유치하는데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미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칸 시큐리티의 방위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테이시 페티존이 FT에 말했다.
미 방산업계의 불안감은 트럼프 신정부가 밝힌 ‘정부 효율성’ 제고 전략 때문에도 증폭되고 있다. 연구그룹인 캐티탈 알파 파트너스의 바이런 캘런 상무 이사는 “아무도 미국 방위비 지출 측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대해 명확하게 보이는 수정 구슬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업계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신정부의 이런 예측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규모 무기 프로그램 감축은 예상할 수 있다고 FT는 밝혔다. 록히드 마틴의 전투기 F-35 체계가 가장 큰 타겟으로 꼽힌다.
트럼프 신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정부 낭비를 단속하는 임무를 맡게 된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F-35 전투기 체계를 여러 차례 조롱했다. 우크라이나 등 최근의 전장들에서 보듯 값싼 드론이 AI와 결합하면서 효과를 입증하며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유인 전투기가 왜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였다.
캘런 상무 이사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이나 F-35를 줄이자는 제안은 훨씬 더 많은 자율무기와 이를 운용할 네트워크를 구매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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