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공수처 조사에 불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은 이날 기각됐다. 17일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이 갖은 방어와 연기 전략을 두고 “형사 사법체계를 흔든다”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과 법률 지식, 지지자를 총동원해 처벌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온갖 ‘법기술’을 끌어모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제동을 거는 ‘법꾸라지’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형사·사법체계를 흔들면서 스스로 탄핵의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적법한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수사에 불응해 왔지만, 이제는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금은 유지됐지만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서 공수처 수사도 늦춰졌다고 했다.
공수처가 체포적부심 재판부에 수사기록 등을 보낸 때부터, 체포적부심 결론이 나고 기록이 반환되기까지 시간은 체포 기한(48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체포적부심 기각…공수처, 오늘 윤 구속영장」에서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 한 번 더 불러 추가 조사를 시도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이 다양한 ‘방어 전술’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 △조서 서명·날인 거부 △조사 전면 불응 △체포적부심 청구 △변론기일 연기 신청 △수사 책임자 고발 등이다.
전날 공수처에 체포되기 전에도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의 보호를 받으며 ‘버티기’로 일관한 윤 대통령은 체포 뒤 공수처에서 8시간20분간 조사받으면서 진술을 일절 거부했다. 16일엔 공수처의 오전 2차 조사를 ‘건강상 이유’로 미뤘고, 오후 조사도 “더 조사받을 게 없다”며 불응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 측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탄핵심판에 대해선 공수처 조사를 이유로 ‘2차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헌재가 보낸 답변요구서 수령 자체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기도 했다”며 “헌재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5차례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하며 속도를 내자 ‘방어권을 제한한다’며 반발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1차 변론에는 안전이 우려된다며 불출석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권력자들의 이 같은 행태(수사 회피)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 퇴임사에서 ‘힘 있는 자들은 사소한 절차와 증거 획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바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장외 여론전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수사와 재판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1면 여론조사 기사서 윤석열·한덕수 탄핵 ‘측면’ 비판
한편 일부 신문은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국민의힘 측 주장을 1면에 올렸다. 서울신문의 「尹 헌재 심판 vs 이재명 2심 여야 ‘시간싸움’ 시작됐다」 제목의 기사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野 독주’를 1면에 올렸다. 「尹 탄핵·체포했지만 …野 독주에 민심 뒤집혔다」 기사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는 4사 공동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 원인이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등에 있다고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수사를 측면에서 비판하는 모양새다. 사설에선 “헌재는 16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을 감안해 탄핵 심판 2차 변론을 미뤄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했다.
김건희-명태균 국정논의, 동아 “사실상 비선 참모 역할”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도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수시로 국정 관련 조언을 구한 메시지가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된 뒤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명씨가 대선 후에는 사실상 비선 참모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보도된 검찰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가 통과된 2022년 11월24일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텔레그램으로 물었다. 이에 명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한다”며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 의원 이름을 제시했다.
명 씨가 김 여사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꿈 얘기를 하며 ‘남쪽으로 가실 일 있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나흘 뒤, 김 여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해 앙코르와트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수도 프놈펜에 머문 사실도 전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선 전 도움을 받았을 뿐 취임 후에는 연락을 거의 끊었고 김 여사도 몇 차례 일상적인 연락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국정을 상의했다고 볼 증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면서 야권에서는 16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체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 체포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 행보에 무게를 싣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이진숙 탄핵심판 종결, 헌재 공격한 조선일보
헌재가 1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위법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MBC를 자기 편으로 묶어두기 위해 탄핵안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를 향해서는 “선고 기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눈치를 보는 것으로, 한심하고 위험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야6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 당일에 회의를 소집하고 본인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 안건을 의결한 것을 두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6당은 “과거 5인 상임위원들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협의를 통해 임명해온 관례 등을 위배한 채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해 기피신청이 있어 의결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방통위법을 위배했다”고 탄핵소추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안은 명백한 정략적 목적이었다”며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 2인 체제를 만든 게 민주당이다. 그래 놓고 그 상태에서 일을 했다고 탄핵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거부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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