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30호, 부천 중동 공원 출토 옷걸이. 옷의 모양을 유지하며 구김을 방지하는 옷걸이는 철사에 합성수지를 꼬아 만들어 재활용이 힘들었다. 세탁소는 손님들에게 옷걸이를 무료로 나눠 줬지만 다음 세대는 자연을 되돌리는 데 막대한 비용을 치를 것이다.”
바쁜 아침 앞머리를 둘둘 말았던 헤어롤, 식사 후 마신 한 잔의 커피, 피로를 풀기 위해 집어 든 마사지볼. 우리 일상 곳곳에 쓰이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땅속 깊숙이 갇혀 분해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사진작가 김명중(MJ KIM)은 이를 발굴해 마치 소중한 유물처럼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기록했다. 편리한 디지털 사진 대신 아련한 느낌이 묻어나는 필름 사진 방식을 택하고 각각에 이야기를 붙였다.
수원시립미술관이 내달 7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22세기 유물전’은 무분별하게 사용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우리의 미래 유물이 될 수 있다는 김명중 작가의 상상에서 출발한다.
김 작가는 작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어느 날 산책을 갔는데 버려진 페트병을 봤다”며 “우리 때는 땅을 파면 소중한 청자 같은 유물이 나왔는데, 후손들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만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첫 섹션에서는 김 작가가 직접 경험한 환경오염 현장을 담은 사진 작품을 소개하며 우리가 사는 지구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이어 일회용 음식 용기, 마스크, 빨래집게 등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쓰레기들을 22세기 유물로 마주한다.
각 작품에는 쓰레기가 나온 지역과 설명을 더해 관람객이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미래 어떤 유물을 남기고 싶은지’,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등 질문을 통해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해당 내용들을 오디오 도슨트로 감상할 수 있다. 배우 김혜자가 참여해 작가의 재치 있는 발상이 담긴 작품의 이야기를 따뜻한 목소리로 생동감 있게 들려준다.
또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해 환경 관련 도서를 비치하고, 작가 인터뷰 영상을 상영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 공간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관람객은 작품 감상과 더불어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경보호와 공존의 가치를 탐색하게 된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감상 활동지를 비롯해 ▶플라스틱 병뚜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 ▶함께 만들어 가는 22세기 유물전 벽화 ▶소중한 물건을 사진으로 남겨 보는 촬영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어린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기간 중 화~금요일 오후 4시 어린이 개인 관람객 대상 맞춤 전시해설을 운영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을 고찰해 보는 전시 ‘22세기 유물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는 25일 김명중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한다. 자세한 사항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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