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6일 2차 피의자 조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불응해 조사가 불발됐다. 윤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사를 요청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구속영장 청구 기한도 연장됐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측은 건강상 문제가 있고,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는 취지로 공수처 2차 조사를 거부했다. 이어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조사에서도 같은 입장이라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포 첫날인 지난 15일에도 공수처 검사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전속관할권을 위반해 무효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공수처는 법원 요청에 따라 체포 관련 자료물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17일 오전 10시33분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기한은 연장됐다.
법원이 수사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시점부터 체포적부심 결정 뒤 자료 등을 반환하는 시점까진 체포영장 집행 뒤 구속영장 청구 기한인 48시간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5시 체포적부심 심문을 진행했다.
공수처는 법원 적부심사 결정 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의왕 서울구치소와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천 공수처 앞에는 기존 집회 장소였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자리를 옮겨온 지지자들이 체포 저지를 위해 집결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구치소 삼거리에서부터 구치소 민원실 앞까지 1㎞가량 구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든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간이의자, 캐리어 등 짐을 가득 챙겨온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 무효” 등 피켓을 들고 연달아 구호를 외치며 돌아다녔다.
SUV 차량 위에서 마이크를 든 한 지지자의 선창 구호에 수천명 지지자들은 후창했다. 태극기를 두른 외국인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한 교회에서 나온 교인들이 현장에서 붕어빵을 구워 나눠주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16대가 마련돼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구치소 앞에 7개 기동대 500여명을 배치했다.
공수처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 상황도 비슷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공수처 폐지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부정선거를 멈추라는 의미의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이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보낸 푸드트럭에선 차와 김밥 등이 제공됐다. 한 70대 지지자는 “공수처가 적법하지 않은 과정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라며 “이번 체포는 완전히 무효”라고 했다.
경찰은 4호선 정부과천청사 역부터 청사 정문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쪽으로 경찰 버스를 배치하고 청사 정문 출입을 통제했다. 경기남부청은 공수처 앞에 3개 기동대 20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지지자 결집 상황에 따라 인원을 유동적으로 배치했다.
/김혜진·추정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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