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 짙은 어둠이 깔린 도시 한 편에선 각각의 ‘첫 차’ 운행 준비로 분주하다.
복잡한 도시 교통망을 따라 정해진 노선을 오가는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이른 새벽서부터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잠든 도시를 빠르게 깨운다.
16일 오전 4시 찾은 인천 연수구 송도공영버스 차고지.
‘순환 43번’ 버스 운전원 안길도(58·남)씨가 ‘첫 차’ 운행에 앞서 손전등으로 바퀴와 와이퍼, 백미러 등을 비추며 살펴본 뒤 운전석에 올라가 브레이크와 히터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는 “겨울에는 도로에 깔린 살얼음 때문에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타이어 마모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곤 한다”며 “조명등을 비롯한 다른 장비의 오작동도 예방해야 해서 다른 계절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20년 넘게 버스를 운전해온 베테랑 기사이지만, 겨울철 첫차 운행은 특히 “많이 긴장된다”고 말했다.
안 씨는 “기온이 올라가는 오후에는 눈이나 도로결빙으로 인한 어려움이 적고, 오전 근무는 새벽에 일찍 출근해야 해서 수면 시간이 부족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안 씨는 매일 만나는 승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기쁨에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첫 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매일 만나는 단골 손님인데, 이분들을 정류장에 내려다 주면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라며 “가끔 음료수나 빵을 주시는 손님들도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계양구 귤현차량기지사업소에선 인천지하철 1호선 하선행(계양→송도달빛축제공원) 첫 차 운행을 맡은 동예은(30) 기관사가 차량기지검사소에서 ‘전동차 출고점검’을 하고 있었다.
운행 전 열차 상태를 살펴보는 전동차 출고점검은 운전실 내 전자 전기 장치와 전·후부 행선 및 열차 번호 표시기, 객실 출입문과 안내 방송 등이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동 기관사는 “열차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늘처럼 기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근무일 때는 더욱 신경을 써서 출고점검에 나선다”라고 말했다.
동 기관사는 전날 오후 사업소에 있는 기관사 숙소에서 취침하고 이날 오전 3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알람을 여러 개 맞춰도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이른 새벽이어도 일어나는 게 크게 힘들지 않다”며 “그래도 오늘처럼 첫 차 운행일 때는 다시 한 번 알람과 일기예보 등을 확인하고 잠을 잔다”고 말했다.
이날 동 기관사 옆에는 지난해 11월 입사한 신은주(28) 수습기관사 따라붙었다.
다음 달부터는 단독 운행에 나선다는 신 수습기관사는 “아직은 배울 게 많아서 단독 운행 전까지 최대한 선배 사수로부터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며 혼자 운전실에 들어가는 순간을 생각하면 많이 떨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새벽 첫 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전날 밤샘 근무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거나 이른 새벽부터 일찍이 출근해야 하는,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첫 차 객실에는 침묵 속에 고단한 일과를 마친 노곤함과 새로운 일과를 시작하는 긴장감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동 기관사는 “기관사로 일하기 전에는 첫 차는 승객이 거의 없는 채로 운행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차를 운행하면서 보니 승객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라며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안 씨가 운행하는 버스에서 만난 오모(51·남) 씨는 “지난해 8월 인천 송도로 이사 온 후 매일 이 버스를 타고 있다”며 “항상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을 해주셔서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유희근·안지섭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