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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재추진…‘반도체 특별법’ 쟁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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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가 반도체 R&D(연구개발) 분야 종사자를 비롯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재추진할 의사를 밝히면서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근무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올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사회적대화를 지속하며 ▲일자리 창출 ▲계속고용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의 분야에 노동개혁을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이 중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에서는 정부가 주 69시간제 논란에 좌초됐던 ‘노동시간 유연화’를 재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2023년 3월 근로시간 개편안으로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방안은 노동계의 큰 반발을 샀다. 주 단위 근로시간 제한이 사라지면 노동자들이 최대 주 69시간을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에서였다.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방안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고 노동부는 이후 노사 및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 52시간 제한은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 방향을 설정했다.

‘일부 업종과 직종’의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에 의해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종사자는 범위 내 대상으로 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특별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안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의힘 주도로 법안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부 역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해당 법안의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노동부 김민석 차관은 “반도체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특별법이 시행되면 노동부는 근로자 동의가 있는지, 산업안전관련 11시간 휴식은 보장되는지, 가산수당을 포기하면 성과 때 어떻게 보상하는지 등을 관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계는 주 52시간 노동 제한을 해제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 시간과 관련된 논의를 현장의 노동자들과 직접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국민의힘이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지난해 11월 논평을 통해 “한국반도체산업의 위기는 노동시간이 적어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반도체산업에서 경영전략의 실패 때문”이라며 “전문성과 국제적 안목을 가지지 못한 재벌총수의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오늘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모든 산업에서 그렇지만 특히 첨단산업연구분야에서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은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결과이며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지난해 12월 성명문을 통해 “반도체 특별법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현장 노동자를 외면하고 정치권에만 로비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며 “실제로 일하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피해는 가볍게 여기며 법부터 고치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특별법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회와 경영진은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함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법안은 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노동자와 기업 모두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현장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 시간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보장받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법안을 제정할 때는 그 법안의 적용 당사자인 노동자와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일절 없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월 이와 관련해 정책 토론 진행을 검토하고 있는데, 너무 늦은 처사라고 본다”며 “전삼노가 요구하는 바는 주 52시간 상한제 제외 조항을 원점으로 철회하고 앞으로 이 같은 노동 관련 법안 발의는 대화를 통해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계는 노동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에도 뚜렷한 방향이 잡지 못하고 관련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초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점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차관은 “현 상황에서는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근로시간, (사용자의) 지불 여력 등을 살펴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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