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류’라 얕잡아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뒤바뀐 처지가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15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공수처 검사들은 삼류, 사류들이 가는 곳’이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했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깔보던 공수처 검사들에게 심문을 받게 된 역전된 상황을 짚기 위함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주자이던 지난 2022년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유튜브에 출연해 공수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적극 찬성하지도 않았다며 그 이유로 공수처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전문성, 실력의 문제가 있다. 저 조직(공수처)에 엘리트가 가려고 안 한다. 삼류, 사류 (검사들이) 간다”며 공수처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렸다. 자신이 수장을 맡았던 검찰 검사는 일류, 공수처 검사는 하류라는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발언이었다.
박 의원은 “본인은 일류고, 삼류, 사류 검사들 앞에 가서 수사·조사를 받게 됐는데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거 보니, 참 자신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영상에서 공수처가 대통령 권력 아래 놓이게 될 경우, 권력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실력 없는 검사들이 출세를 위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할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상황은 윤 대통령의 예상과 정반대로 돌아갔다. 공수처는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도, 내란죄 수사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눴고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추천해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반면, 윤 대통령이 일류라고 추어올린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며 ‘정권 수호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붙잡혀 그나마 망신살이 덜 뻗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윤석열 입장에선 오히려 다행”이라며 “서울중앙지검, 검찰에 끌려갔으면 얼마나 더 부끄러울 뻔했느냐. 그래도 공수처에서 데리고 가서 후배들에게 쪽팔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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