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수천개에 대해 주민들이 “지저분하다”며 철거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용산구청은 조만간 철거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으나, 헌재는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는 지지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철거를 고심하고 있다.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까지 이태원로 약 1.3㎞ 구간에는 윤 대통령 응원 화환이 2000여 개 놓여 있다. 이 화환은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 시도하던 지난달 초부터 놓이기 시작했고,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생일을 맞아 급증했다고 한다.
문제는 화환이 행인 이동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이 구간 보도는 자전거도로와 함께 놓여 있다. 자전거도로를 제외한 보도 폭은 3.5m 정도인데, 화환은 그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화환으로 통행이 어렵고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만난 용형기(47)씨는 “출근하러 지하철을 타러 갈 때마다 ‘대체 화환은 언제 치우나’라고 생각했는데, 치우기는커녕 계속 늘기만 하더라”라며 “길 걷는 데 방해된다. 흉물스럽기도 하고, 하루 빨리 싹 다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미선(39)씨는 “바람이 세게 부는 날 화환이 내 쪽으로 쓰러지려 해 크게 놀란 적이 있다”라며 “어른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여기는 이태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등하교길이어서 체구가 작은 아이들 쪽으로 화환이 쓰러지면 위험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새벽에는 녹사평역 주변에 세워진 화환에서 불이 나는 일도 있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화환 약 10개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용산구에는 화환을 철거해 달라는 주민 민원이 꾸준하게 접수되고 있어 곧 화환을 철거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거의 매일 1통 이상 화환을 빨리 철거해 달라는 민원 전화가 걸려 온다”면서 “1달 안에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 사이 일부 구간을 시작으로 화환 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헌법재판소에는 외부 보도와 면한 담장 20m 정도에 화환이 겹겹이 포개어져 있다. 원래 헌재 담장 200m 정도에 800여 개의 화환이 놓여져 있었으나, 헌재 직원들이 최대한 한 곳에 모아 놓았다.
화환이 놓인 곳은 보도처럼 보이지만 종로구 소유가 아닌 헌재 부지여서 어떻게 처리할지도 헌재가 결정해야 한다. 헌재는 아직 화환 철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주변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계속 시위를 하고 있어 화환을 철거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일단 화환을 더 갖다 놓지 못하도록 조치만 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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