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간부 모시는 날’에 공무원들이 개인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 모시는 날이 사라진 줄 알았던 중앙부처에서도 공무원 10명 1명이 최근 1년 내 간부를 모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는 더 했다. 4명 중 1명꼴로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시는 대상은 절반 이상이 과장급 등 부서장이라고 밝혀 중앙부처나 지자체 모두 ‘과장님’이 단골 식사 모시는 대상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와 합동으로 실시한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간부 모시는 날은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비’로 간부의 식사를 모시는 관행을 말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공직사회 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커짐에 따라, 객관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실태조사는 중앙·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e사람’(중앙) 및 ‘인사랑’(지자체) 시스템을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중앙 6만 4968명, 지자체 8만 9349명 등 모두 15만 4317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8.1%가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나왔다. 이 가운데 중앙은 10.1%, 지자체는 이보다 13.8%p 높은 23.9%로 지자체가 두 배 이상 많았다.
간부 모시는 날 빈도는 주 1~2회가 41.5%(중앙 27.3%, 지자체 4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월 1~2회 40.0%(중앙 46.1%, 지자체 38.2%), 분기별 1~2회 12.6%(중앙 17.7%), 지자체 11.0%) 순이었다.
모신 간부의 직급은 부서장(과장급)이 57.0%(중앙 61.5%), 지자체 5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장급 33.6%(중앙 24.6%, 지자체 36.0%), 실장급 3.9%(중앙 5.3%, 지자체 3.6%)이었다.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중앙부처는 ‘간부가 인사 및 성과평가 등의 주체이기 때문’이 37.7%로 가장 많았고, 지자체 공무원은 ‘기존부터 지속되던 관행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0.7%로 1순위였다.
전체 응답자 중 91%는 ‘간부 모시는 날’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고, 간부 모시는 날 근절을 위해서는 ‘간부 공무원의 인식 개선(37.4%)’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행안부는 인사처·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중앙·지자체 조직문화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간부 모시는 날’ 근절 관련 대책회의(영상)를 16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해당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간부 모시는 날을 신속하게 근절하기 위해 우선 기관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인식 개선을 추진하고, 계도기간을 거쳐서 추후 다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저연차 공무원들로 구성된 범정부 조직문화 혁신모임인 ‘조직문화 새로고침(F5)’ 구성원들이 직접 선정한 ‘조직문화 혁신 10대 권고사항’을 안내하고, 각 기관에서 이행하도록 당부할 예정이다.
황명석 정부혁신국장은 “이번 실태조사로 ‘간부 모시는 날’이 아직도 일부 조직에서 관행처럼 남아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라며, “관계기관과 함께 현시점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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