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해군 창설 80주년이다. 뜻 깊은 해인 만큼 준비된 행사 또한 화려하다. 세계 해군의 축제라는 국제 관함식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방위산업전시회인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호국음악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백미는 단연 ‘국제 관함식'(觀艦式)이다. 국내 함정 40여 척과 외국 함정 30여 척이 부산 앞바다를 가득 메울 예정이다. 함정 뿐만 아니라 항공기 20여 대가 축제의 웅장함을 더하기로 했다. 7000여 명의 행사 병력에, 60개국 외국군 대표단을 포함해 초청된 사람 수만 8만여 명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해군은 국민 사열단도 별도로 모집한다. 사열단에 선발되면 해군 시승함에 올라 군함을 살펴볼 수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70여 척의 함정들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도 누리게 된다.
관함식은 국가 원수(국군통수권자)가 해군의 전투태세를 검열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의식으로 1341년 영국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함식은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에서 열렸다. 정부 수립 1주년을 기념하고 발전된 해군의 모습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출해 보이지만 9척이 동원돼 펼친 기동훈련과 해상사격은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행사는 국제 관함식은 아니었다.
국제 관함식은 1998년 건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이후 10년마다 행사가 개최된다. 가장 최근 국제 관함식은 2018년 제주 바다에서 열렸다. 이번 국제 관함식 행사는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7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계절의 여왕인 5월에 계획된 국제 관함식이 가을로 순연될 조짐이라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하는 행사임에도 첨예하게 대치된 정국 속에 물꼬가 터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사절단 초청을 위해 이미 군사 협력이 진행됐어야 하지만 시작도 못하고 있다.
국제 관함식은 비단 해군만의 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강력한 해군력을 부각시켜 적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더불어 한창 주가를 올리는 K-방산의 판로 개척에도, 2만여 명이 방문함으로써 얻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은 안개와 같은 답답함과 멍울진 가슴으로 새해를 맞았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임을 철저하게 잊은 듯 국민은 편을 갈라 반목하고 있다. 여기에 새해 벽두부터 터진 항공 참사로 인한 탑승객과 승무원의 희생에 모든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당초 예정된 5월 해군 창설 8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을 만나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해군의 국제 관함식이 상처 난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이 평온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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