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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에게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시절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재선 과정에서 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가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하며 호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는 2025년 국방비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올렸다. 나토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트럼프가 요구하는 5%에 근접하게 증액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대만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이 미국에 ‘보호비(Protection fees)’를 내야 한다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만이 트럼프 당선인이 요구하는 GDP의 10%까지 늘리라는 요구는 들어줄 여력은 없지만, 미국의 정치권과 재야 등 초당적 의견인 GDP의 5% 증액 요구는 대만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공짜 안보는 없다’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은 한국에게도 커다란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 언급하며,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 해에 100억 달러(14조 6400억 원)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가 2024년 10월 4일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한국 분담 몫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다시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우리 저웁가 국방비 증액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중요한 변곡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로, 2025년 한반도 정세와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 기조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정전 또는 종전을 둘러싼 트럼프-푸틴 전략게임 속에서 북-러 및 북-미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가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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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의 국방비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상위 클래스에 속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 때문에 계속적인 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중 2.8%의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최근 발간한 ‘2024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국방비 척도’에 해당하는 각국의 GDP 대비 국방비 수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방비 총지출액은 479억 달러(70조 10억 원)로 전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GDP 대비 국방비가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10년 전인 2014년(2.5%)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 2020년부터 2.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할 경우 대만(2.2%), 호주(1.9%), 중국(1.7%), 일본(1.2%)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핵심 회원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각각 GDP 대비 3.4%, 2.3%, 2.1%를 국방비로 책정하고 있다. GDP 대비 국방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36.65%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 트럼프 당선인이 거론한 5%는 미국도 충족하지 못하는 수치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GDP 대비 국방비가 2024회계연도 2.9% 수준이다. 2035회계연도에는 2.5% 정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DP 대비 국방비’는 트럼프 당선인이 나토를 향해 GDP 대비 국방비 증액을 거듭 요청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는 (GDP의) 5%를 방위비로 가져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국방비 증액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나토는 당초 2014년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 그나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2년 초에 GDP의 2%를 지출한 나라가 6개국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20여 국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가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1인당 국방비 지출액도 높아지고 있다. 국기연이 발행한 ‘2024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전 세계 국방비 지출(2023년 통계 기준)은 총 2조 4430억 달러(3571조 6660억 원)로 집계됐다. 이전 통계치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가 GDP의 2.3% 수준인 1인당 평균 306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라별 국방비 지출 순위는 미국이 단연 1위였다. 미 국방비 지출은 9160억 달러(1338조 8200억 원)로 전 세계 국방비의 37%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2960억 달러), 러시아(1090억 달러), 인도(836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758억 달러) 순으로 국방비 지출 규모가 컸다. 한국은 479억 달러로 일본(502억 달러)에 이어 1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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