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죽음’의 냄새가 어떤지 직접 맡아본 적이 있다.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덮쳐오는 등골이 서늘한 향이었다. 태어나 처음 맡아보는, 그러나 본능적으로 오래 접하고 싶진 않은 생경한 내음이었다. 섭씨 33도를 오르내리던 한여름. 남성이었고 홀로 살았던 그 집주인은 돌연 숨졌고, 무려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생겼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죽음의 냄새 때문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의 피와 단백질이 뒤섞인 채 썩었고, 구더기가 타고 올라가 벽을 검갈색빛으로 물들게 했다. 주인 잃은 집의 숨통은 꽤 오래 끊어져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갔던 것도, 도배지와 장판을 뜯고 특수 용액으로 싹싹 청소해 누군가 다시금 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오래 방치돼 있었는지, 소파엔 고인이 누웠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압력밥솥 안에는 먹지 못 한 밥이 고스란히 굳어 있었다. 한 사람이 죽은 지 2주가 다 되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그의 관계는 남김없이 다 끊어져 있었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90대이면서 치매에 걸린 노모가 전부였다.
“아, 그 집 이사 오느라 청소하는 거예요?”
고인의 우체통에 쌓인 우편물을 비울 때, 1층에서 만난 동네 이웃이 우릴 보며 이리 물었다. 불과 5층짜리 빌라 건물인데도 코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요즘 같은 시대에 ‘이웃사촌’이 무슨. 층간소음이라도 쿵쾅거리며 내지 않는 마당에는, 얼굴 보고 대화할 일도 거의 없지 않을까.
지난해 가을, 보건복지부가 낸 ‘고독사 실태조사’를 봤다. 2023년 기준 3661명이 홀로 숨졌다. 2021년 3378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50~60대 남성이며, 20~30대는 자살 비율이 높은 걸로 나왔다. 숨진 장소는 주택이 48%로 가장 높았고, 아파트가 21.8%로 뒤를 이었다. 살던 곳에서 그대로 숨진 것이다. 외로운 죽음이다.
단절된 삶. 그러다 보니 외로움이 사회의 중요 주제가 됐다. 영국은 아예 고독을 담당하는 부처를 2018년 1월 새로 만들었다. ‘고독부 장관’이 생겼으며, 무려 2000만 파운드(약 357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기까지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폐암을 유발하는 흡연과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을 해친단 연구 결과가 비일비재하게 나오고 있다.
‘연결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할 무렵, 고독사 한 집을 숱하게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김새별 씨가 내놓은 해답은 의외로 명료했다.
“누군가 만약에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오면요. 집집마다 반드시 떡을 돌리고 인사하게끔 하는 거예요.”
얼굴을 트고, 오가며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필요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는 것. 그게 자연스러워졌을 때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을지. 여기, 강원도 춘천에서 서로의 ‘앞집’으로 살았던 308호와 309호 이야기가 증명하고 있다.
309호엔 신혼부부가, 308호엔 나이가 더 지긋한 이들이 살았다. 309호 부부는 “308호 어머님”이라 불렀다. 308호 어머님은 선해 보이는 젊은 부부에게, 가끔 여유 있게 요리할 때면 음식을 나누었다. 일요일 아침엔 김밥을, 출출한 밤엔 갓 쪄낸 따뜻한 옥수수를 건네었다. 309호 부부는 감사의 뜻을 담아 과일을 전해주었다.
부부에게 예쁜 아가가 태어났을 때, 308호 어머님은 홍합 미역국을 끓여 몸조리하라며 주기도 했다. 그 아기가 커서 백일이 됐을 땐 선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세 가족이 이사 가는 날, 308호 어머님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단다. 올해 1월9일이었다. 집안 어르신 장례 때문에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해 속상해하며 돌아왔을 때, 집 앞에 제철을 맞은 딸기 한 상자와 손 편지가 놓여 있었다. 거기엔 정갈한 글씨로 이리 적혀 있었다.
‘308호 어머님을 다시 못 뵙는다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요.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희도 이사 가서 어머님처럼 마음을 나누는 좋은 이웃이 되려 합니다.’
그날 춘천 기온은 영하 15도였으나, 일순간 마음이 따뜻해져 추위를 아주 잊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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