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랑스 여성이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 사기로 우리돈 12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TV채널 TF1의 한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A(53)씨는 온라인을 통해 만난 자칭 ‘브래드 피트’에게 속아 83만 유로(약 12억 5000만원)를 사기당한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 2023년 2월 시작됐다. 당시 부유한 사업가와 혼인한 상태였던 A씨는 알프스에서 호화롭게 스키 휴가 즐기고 이 모습을 자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성은 ‘제인 피트’라는 이름의 계정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제인 피트’는 자신이 배우 브래드 피트의 어머니이며, 당신의 사진을 보니 자신의 아들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을 걸었다. 며칠 후 다른 계정이 자신이 브래드 피트이며, 어머니로부터 A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A씨는 자칭 피트와 온라인 연애를 시작했다. 자칭 피트는 사귀는 도중 자신의 여권 사본, 사칭 계정 캡처로 자신이 피트가 맞다고 주장했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조작한 셀카를 공유해 A씨를 믿게 만들었다.
A씨도 처음에는 그를 믿지 않았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AI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 결국 자칭 피트의 주장을 믿고 연애를 시작했다.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한 그는 남편과 이혼하고 거액의 위자료를 받기도 했다.
1년 가까이 사귄 시점, 자칭 피트는 신장 치료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전 배우자인 안젤리나 졸리가 은행 계좌 접근을 막아 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돈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83만 유로를 송금했다.
하지만 사귄지 1년 반이 된 시점인 지난해 여름,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배우 브래드 피트가 29살 연하 여자친구 이네스 드 라몬과 함께 등장했다는 뉴스가 연예면을 장식했다. 공개 석상에 함께 등장해 연애사실을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뉴스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뒤늦게 인지한 A씨는 자신이 ‘로맨스 스캠 사기에 당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의 사연은 방송 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허술하게 조작된 사진에 속아 돈을 보낸 A씨에 대한 조롱을 이어갔고, 그를 조롱하는 것이 하나의 ‘밈’처럼 자리잡았다.
넷플릭스 프랑스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4편”이라며 조롱 밈을 사용한 홍보글을 올리기도 했고, 현지 축구 클럽은 공식 SNS에 “브래드가 수요일 경기장에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A씨를 향한 사이버불링이 점점 심해지면서 방송국은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해리 로셀맥은 자신의 SNS에 “이번 일요일에 방송된 스토리로 인해 사연자에 대한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해당 에피소드를) 플랫폼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출연 당시 A씨가 심각한 우울증과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시청자들에게 A씨를 향한 괴롭힘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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