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5시 체포 영장 집행 시작, 오전 10시30분 윤석열 대통령 자진 출석.
약 5시간30분은 매순간이 일촉즉발 연속이었고, 자칫 유혈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1000여명이 넘는 경찰 등 윤 대통령 체포조와 대통령 관저를 지키는 경호처 대치가 시시각각 변하며 지켜보는 시민과 정치권 등의 반응도 엇갈렸다.
다행히 경호 저지선이 경찰에 붕괴되며 윤 대통령 자진 출석으로 일단락됐지만 약 6시간의 현장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날 오전 4시 전부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은 탄핵 찬반 시민들로 가득찼고, 오전 5시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을 향해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남대교 주변 교통 통제는 물론 관저 진입로는 경호처 차벽으로 겹겹이 막혔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수단과 인천·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 등 수도권 지방청 4개 경찰 인력을 투입했다.
관저로 경찰이 출동하자 탄핵 찬성 쪽 시민들은 “경찰 화이팅”을 외쳤고, 반대 집회에서는 “대통령을 지키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롱패딩과 담요를 둘러쓴채로 영하 5도까지 떨어진 한 겨울 날씨를 견뎌냈고, 곳곳에 설치된 난로와 어묵국물로 몸을 녹였다.
경기 하남에서 온 황모(35)씨는 “오늘만큼은 체포영장 집행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사업을 하는 데 오늘 하루 쉬기로 했다”는 의견을, 경기 용인시민 이모(36·여)씨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지키고자 나왔다. 체포 집행 소식을 듣고 연차고 뭐고 우선 막차를 타고 왔다.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윤상현(동구미추홀구 을)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기현·유상범·나경원 의원 등 30여명은 관저 앞에 인간띠를 만들며 경찰의 체포를 막아섰다.
이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확성기 등으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집행을 하고 있다. 영장 집행을 막아서면 현행범으로 체포된다”며 경고했다.
오전 7시30분쯤 경찰 진입조가 경호처가 만든 1차 저지선을 뚫었고, 이어 2~3차 저지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경찰은 사다리를 이용해 차벽과 철조망을 넘어섰다.
오전 8시30분 김성훈 경호차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경찰 버스 한대가 한남동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인천일보」에 포착됐다.
김성훈 경호차장 체포는 ‘버티기’에 나선 것으로 비친 윤 대통령 심기를 크게 흔든 것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 측은 즉각 “자진 출석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경찰은 김 차장 체포 사실을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한남동 관저 내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날 두 번째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앞서 김상훈 경호차장과 이광호 경호본부장도 체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시각 출근에 나선 시민들과 한남동 관저 주변 경찰, 경호처, 집회 참가자 등이 얽히며 일대가 혼란스러웠다. 출근한 시민들은 대통령 체포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주변을 서성였고, 관저 인근 건물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관저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윤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변호를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공수처와 윤 대통령 자진 출석을 협의 중”이라는 내옹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윤 대통령 자진 출석이 임박했음이 예고되며, 경찰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졌다. 경찰 차량과 출근 차량 등을 통제하며 윤 대통령의 과천 공수처 길목을 마련했다.
이후 오전 10시30분쯤 윤 대통령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경호차량 5대가 관저를 빠져 나오며 이날 2차 체포는 끝났다.
탄핵 찬성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탄식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일부 탄핵 반대 시민은 과천 공수처로 가자며 고함을 질렀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경기 안양 주민 장모(16)군은 “윤석열씨가 내란을 저질러서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지 않나. 얼른 구속되고 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남동구민 최모(68)씨는 “전철 타고 지금막 도착 했는데 체포됐다. 불법으로 발부받은 영장으로 집행된 것이기에 이번 체포는 부당하다 생각한다. 말이 안되는 일이다. (공수처는) 적법하게 해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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