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과일‧채소와 같은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상승했던 바 있다. 이에 따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축산물 성수기인 설 명절을 열흘 정도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인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 기후 위기에 ‘배’ 물량 감소… 조류인플루엔자 확산도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 기준=100)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확산 첫해인 2020년(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가운데, 농축산물은 전년보다 5.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산물은 10.4% 오르면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견인했다.
한때 금(金)사과로 불리며 큰 폭의 가격 오름세를 보였던 사과는 최근 들어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 10개 가격은 14일 기준 2만6,786원으로 전년 대비 0.1% 낮았고, 평년보단 2.1% 높았다. 다만 배 가격은 여전히 높았다. 14일 기준 배 10개 가격은 4만2,505원으로 전년‧평년 대비 모두 30%가량 높았다.
여기엔 지난해 폭염으로 성수품 중 하나인 배의 유통 가능 물량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산 사과의 총생산량은 16.6% 증가한 46만톤(t)이었지만, 배는 2.9% 감소한 17만8,000톤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설 연휴를 열흘가량 앞두고 국내 가금농장(25건)과 야생조류(28건)에서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이 확산하면서 축산물 가격 상승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육계‧계란 가격은 아직까진 안정적인 수준이다. 14일 기준 육계 가격은 5,655원으로 평년(5,597원)보다는 소폭 높고, 전년(5,722원)보단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란 특란 10구 기준으로는 같은 날 기준 3,256원으로 집계됐다.
◇ “배추‧무 할당관세 연장… ‘배’ 대신할 설 성수품 확대”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농식품부는 14일 “1월 현재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수는 누적 202만마리로 전체 산란계(8,135만마리) 사육 마리의 2.48% 수준”이라면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낮겠지만,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축산물 수급 관리를 빈틈없이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면서도 “전국에 있는 모든 가금농장은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없이 방역 당국에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설 성수기 과일과 관련해서 정부는 지난 9일 역대 최대규모 할인 지원(600억원)과 성수품 공급(평시 대비 1.6배) 계획을 담은 ‘2025년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과일 공급 확대를 위해 실속 선물 세트와 함께 사과‧배 계약재배 및 지정 출하 물량 총 4만톤을 공급하겠다”면서 “배추‧무는 공급부족에 대비해 정부 비축, 출하 조절 시설 등 정부 가용물량 총 1만550톤을 일 200톤 이상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농협경제지주(이하 농협)는 설 명절을 앞두고 주요 성수 품목의 공급 확대 및 가격 안정을 위해 27일까지 ‘농·축산물 수급 대책 상황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27일까지 설 선물 세트, 명절 제수 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특별기획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국 하나로마트를 통해 실속 선물 세트 10만박스가 공급된다. 세부적으로는 사과 5만박스, 만감류 3만박스, 만감류‧포도 혼합 2만박스로 구성됐다.
농협은 “이와 함께 주요 경제사업장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소비기한 관리, 부적합품 진열, 음식물 재활용 등을 확인하는 식품 안전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면서 “또한 식중독균, 중금속 등 안전 검사도 진행해 소비자가 우리 농·축산물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4월 말까지 배추 할당관세 적용 조기 추진을 진행한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무 할당관세도 같은 달까지 추가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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