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계열사인 HD현대미포에서 20대 청년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부실한 안전 관리 정황이 드러나는 한편, 원청인 HD현대미포와 하청업체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황기를 맞아 활기가 넘쳐야 할 때에 연초부터 뒤숭숭한 모습이다.
◇ 한 달 새 사망사고 2건… 호황기 속 안전 ‘실종’
울산에 위치한 HD현대미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해 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선박 검사를 위해 잠수작업에 나섰던 하청업체 소속 잠수부가 수색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같은 사망사고는 이후 파문이 거듭 확산하고 있다. 우선, 사망한 잠수부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으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한 그는 지난해 9월 하청업체에 입사한 ‘새내기’ 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속에 들어가는 위험한 작업이었음에도 완전관리가 부실했던 정황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인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신호줄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원청 안전관리자도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모두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사고 이후 대응도 파문을 키운다. 숨진 잠수부가 속한 하청업체는 사고 직후 수습에 나서기는커녕 잠적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청인 HD현대미포는 사과의 뜻을 밝히며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으나 반응은 싸늘하다. 유족들은 지난 14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떠넘기며 사고를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한 원청과 하청을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달라”며 “이번 사고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위험한 잠수작업을 맡긴 채 방관한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에 책임이 있는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명백히 밝히고,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HD현대미포는 특히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전인 지난해 12월 19일에도 30대 근로자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더욱이 HD현대미포는 지난해 12월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안전 최우선 경영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안전경영 모델을 정립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개최한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에서 대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 직후 2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상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계당국 차원에선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비롯한 각종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잠수작업 중지를 명령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등을 확인 중이다. 해양경찰청은 김형관 대표와 HD현대미포 소속 안전관리자 2명, 하청업체 대표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HD현대미포는 최근 조선업계 전반에 찾아온 호황기를 맞아 사업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8% 증가한 3조9,661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4조7,600억원을 매출 목표치로 제시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사망사고로 파문에 휩싸이며 뒤숭숭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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