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알뜰폰 사업자(MVNO)들이 ‘단통법’ 폐지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는 알뜰폰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해 가격 경쟁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자체 요금제를 설계하는 풀MVNO(자체설비 보유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 사업자 비용 절감에 초점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를 기존 대비 최대 52%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사가 통신사에게 망을 빌리는 비용이다.
이번 도매대가는 코스트 플러스(제공비용 기반) 방식으로 산정됐다. 코스트 플러스 방식은 통신사가 알뜰폰사에게 도매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운영, 투자비 등의 비용을 더해 도매대가를 산정한다.
기존에는 통신사 소매가격에서 유통점 운영, 마케팅 비용, 멤버십 비용 등을 빼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산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3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코스트 플러스 방식이 가능해졌다”며 “인하가 더 잘 될 수 있는 코스트 플러스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 SKT와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를 36% 인하(1.29원/MB→0.82~0.83원/MB)하기로 합의했다. 데이터 도매대가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으로 인하됐다. 종량제 도매대가는 단문메시지, 음성, 데이터로 구성되는데, 음성과 단문메시지는 정부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단문메시지는 동결(6.03원/건)됐고, 음성은 5% 정도 인하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다”며 “음성은 5% 인하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알뜰폰사는 1년에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데이터를 선구매하면 데이터 도매대가를 기존 대비 52%(1.29원/MB→0.62원/MB) 할인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1만원대 20GB 5G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LTE·5G 요금제에 사용되는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민간이 종량제 도매대가를 참고해 산정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 자율 영역이지만 SKT와 협의해 LTE·5G 요금제에서 통신사가 가져가는 수익배분율을 1~1.5%p(퍼센트포인트) 낮추기로 하는 내용도 패키지 딜로 넣었다”고 전했다.
중소 알뜰폰사 대상으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회선 기본사용료도 단계적으로 감액한다. 기존 1,400원(휴대폰)에서 △2024년분 1,300원 △2025년 1,200원 △2026년 1,100원으로 변화된다. 기본사용료는 가입자가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회선을 유지만 할 때 알뜰폰사가 통신사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5개 통신사 자회사(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444만명 △금융권 KB리브모바일 40만명 △나머지 51개사 464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0여개 알뜰폰사가 기본 사용료 감액 혜택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 풀MVNO 도매제공의무사업자 확대… “제도 불확실성 해소”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풀MVNO 지원책이 담겼다. 데이터 대량 선구매로 도매대가를 할인하는 건 경쟁력 있는 풀MVNO가 등장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도 있다. 풀MVNO는 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리지만, 교환기·고객관리 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갖춰 제체 요금 설계 역량을 확보한 사업자다.
정부는 MNO(이동통신망사업자)가 풀MVNO를 추진하는 사업자와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풀MVNO의 설비투자를 위해 정책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풀MVNO에 대해선 통신3사(SKT, KT, LGU+)를 모두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조치다. 이에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간통신사를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하도록 규정했다. 현재는 SKT만 도매제공의무사업자다. 통신업계는 KT와 LG유플러스도 의무가 없지만 알뜰폰사들에게 망을 제공하고 있어 규제 강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도매제공의무사업자 확대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나 LG유플러스 망을 쓰고 있는 알뜰폰사가 풀MVNO로 전환한다고 밝혔을 때 도매제공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풀MVNO가 제도적 불확실성이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국내 알뜰폰사 스테이지파이브는 풀MVNO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리는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풀MVNO 관련 계획을 제출한 사업자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도매대가를 협상하는 사전규제는 오는 3월 29일까지 유효하다. 이후 정부는 부당한 도매대가 협정을 반려하는 사후규제를 하게 된다. 이날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부실 사업자의 진입이 차단되도록 △알뜰폰 사업자 등록요건으로 있는 자본금 기준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이용자 보호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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