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킴스편의점이 올해 편의점 사업 본격화를 예고했다. 올 상반기 킴스편의점은 직영점 중 일부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킴스편의점은 편의점과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단적으로 집 앞 편의점을 표방하지만 SSM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과일·정육 등 신선식품 판매를 추구한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선 편의점·SSM 규제를 피하기 위한 킴스편의점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킴스편의점 직영점은 총 5곳이다. 2023년 6월 처음 문을 연 킴스편의점 서울 봉천점을 포함해 신정점, 염창점, 신촌점, 도곡점 등이 해당된다. 이랜드그룹은 다음 달 안으로 직영점 5곳 중 1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가맹점 전환은 아직 실험 단계”라며 “대규모로 확장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아무리 실험(파일럿) 단계라고 하더라도 킴스편의점의 사업 확장 소식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킴스편의점이 업종상 규제는 최대한 안 받으면서 수익 극대화에 나선 탓이다. 킴스편의점은 대기업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지만 SSM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 제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SSM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업시간과 출점 제한(전통시장으로부터 거리 500m 이내 출점 불가 등) 규제를 받는다. 해당 규제를 받는 주요 SSM 업체에는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오전 10시 이전 개장 금지와 지자체 조례에 따라 주말 의무 휴업 등 규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SSM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이 운영하는 SSM은 면적과 관계 없이 운영주체가 대기업이면서 업종을 슈퍼마켓 등으로 등록했는지가 관건”이라며 “킴스편의점은 누가 봐도 대기업 계열의 SSM 형태다. 규제를 피하고자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 계열 SSM은 면적이 작더라도 산업분류상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하는 슈퍼마켓과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으로 사업을 등록한 상태로,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현재 킴스편의점은 업종상 편의점으로 등록돼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고 담배는 팔지 않되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전체 판매 상품 중 20~30%를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 이랜드그룹 계열 외식업체인 애슐리의 반조리식품도 판매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그램(g) 등 무게를 기준으로 신선식품을 다루거나 판매하면 슈퍼마켓, 그렇지 않으면서 24시간 영업을 하면 편의점으로 업종을 등록한다”며 “사실상 비교적 출점 규제가 덜한 편의점 콘셉트를 표방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엔 자율 규약에 따른 출점 점포 제한에 따라 암묵적으로 점포를 낼 때 기존 점포와의 거리 등을 고려한다”며 “킴스편의점은 상대적으로 해당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킴스편의점 직영점 근처에 있던 일부 편의점 매출이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랜드그룹 측은 편의점·SSM 규제를 피하기 위한 사업 전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포화 상태인 편의점 시장의 후발주자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랜드그룹의 강점인 신선식품 물류·유통 시스템을 연계한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는 입장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애용하는 편의점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신선식품 특화 매장과 같은 차별점을 추구한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일 뿐 규제를 피하고자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편의점과 SSM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업계 현상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SSM 매장 크기는 작아지는 추세인데다 편의점은 규모가 커지거나 특화 매장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법적 규제가 보완될 부분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킴스클럽편의점의 사업이 SSM·편의점 규제 등을 피할 수 있는 편법으로 보일 순 있다”면서도 “업계끼리 반목하고 싸우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현재 대형마트-SSM-편의점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법적 제도가 보완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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