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야당을 향해 ‘종북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야6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이 북한에 이익을 주는 특검이라며 “종북 특검, 이적 특검, 안보해체 특검이라 불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4·10 총선에서 시대착오적인 정치공세라고 비판받은 ‘종북좌파론’을 다시 주장하며 당 이익을 보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국민의힘, ‘종북 특검’ 공세
국민의힘은 야당이 새로운 내란 특검에 외환 혐의를 추가한 것이 ‘종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잘못된 대북 정책으로 북핵 위기를 확대시켰다며 오히려 민주당에 ‘외환죄’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세력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는 왜곡된 대북관을 특검법에 끼워팔려 한다”며 “야당의 특검법은 북한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내란 특검’이 아니라 종북 특검, 이적 특검, 안보해체 특검이라 불려야 마땅하다”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새 특검법에 외환죄를 추가한 게 ‘종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 중 외환의 위협을 가장 고조시킨 당사자 누군가. 바로 문재인 정부다”라며 “특검으로 외환죄를 수사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문 정부와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권력에 눈이 멀어 외교안보 정체성을 붕괴시킨다면 이것이 바로 내란”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지난 9일 새로 발의한 ‘내란 특검’은 △해외분쟁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전쟁과 무력충돌을 유도하게 한 혐의를 적시하며 ‘외환죄’를 수사 범위로 규정했다.
외환죄 논란은 민간인 신분으로 ‘롯데리아 계엄모의’를 주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불거졌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NLL에서의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풍 공작’을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해당 논란보다 민주당과 북한의 친소관계에 집중해 공세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군의 본연의 임무에 따라 해야 할 일에 외환죄 낙인을 찍는 것은 국가안보를 포기하라는 말”이라며 “이 모두가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돕겠다는 발상이며, 민주당식으로 달러를 갖다 바치고 비밀 USB까지 넘겨주면서 북한의 비위만 맞추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 극우 지지층 결집에 고무된 국민의힘
이런 ‘종북 이념론’은 지난해 4·10 총선에서도 비판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 밤 각 선거사무소에 “더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지시한 바 있다. 중앙선대위는 윤재옥 당시 선대위원장의 ‘긴급 지시’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시를 받은 수도권 출마자들은 이런 현수막 문구를 두고 ‘종북 이념 타령은 선거에 악영향을 준다’며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현수막 게시 지시 몇 시간만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바 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있었던 ‘종북’ 이념 공세를 당 지도부가 다시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부정선거 등을 주장해 온 극우 보수단체들의 주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유통일당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대통령 관저 앞 보수 집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종북’, ‘빨갱이’ 타도라는 구호가 나왔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부정선거를 척결하고 민주당에 맞서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다며 옹호하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 6일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층을 ‘애국 시민’이라 칭했다. 또 유튜브 ‘신의한수’에서도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정치개입을 즉각 중단하라”며 중국 대사관 앞 집회를 이끌기도 했다.
이런 극우 지지층의 발언들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키며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선봉에 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21대 총선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다 주류 정치권에서 밀려나 원외 정치인으로 머물던 황 전 대표까지 다시 국회로 소환해 ‘윤 대통령 지키기’ 스피커로 세운 셈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이 ‘반란 세력’이라는 취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황 전 대표는 “윤상현 의원이 통로를 만들어줬다”며 “윤 의원과 함께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통관에 왔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에 발작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제2의 6.25 체제 전쟁 중”이라며 “감사하게도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애국시민들이 분연히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반란이 아니냐”며 “비상계엄은 헌법의 대통령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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