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작가들에게 꽃 그림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간주된다. 아름다움의 표상이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박혜령 작가는 행복을 그리겠다는 소망으로 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늘 거느리는 꽃만큼 인간에게 행복감을 주는 대상도 없기 때문이다. 꽃은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랑, 보살핌의 상징이기도 하다. 색과 모양에 더해 우리 감성의 메시지인 ‘꽃말’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의 전시를 위해 한겨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동지(冬至) 여행에서 운 좋게 만난 설경 등 그릴 소재들이 많았다. 눈 쌓인 동백도 꼭 그리고 싶은 소재였다. 겨울에 어울리는 따스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다. 눈꽃도 매한가지다.”(박혜령 작가)
발걸음이 가 닿는 곳에서 화폭으로 희망과 행복을 건져올리는 박혜령 작가의 개인전 ‘발걸음 머무는 곳’이 20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동백과 모란 등 꽃을 주로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는 새롭게 여행이란 주제를 더했다. 여행길에서 그의 발걸음을 잡아두었던 풍광 등 소중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게 여행이 다가온 건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였다. 강의도 없어지고 무력해지는 순간 남도동백여행의 초대 메일을 발견하면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자연스레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다.”
한겨울, 눈과 바람을 뚫고 들려오는 제주의 동백소식은 언제나 그를 설레게 한다. 설경동백에 대한 로망도 식질 않는다. 또한 해마다 봄이 오면 그는 모란작약을 찾아 나선다. 섬마을 동백꽃부터 궁궐의 봄을 수놓는 모란작약까지 모두 그가 사랑하는 그림 소재이다.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그리고 나’에 집중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면 더욱 그 의미가 느껴진다. 인생 역시 한 번뿐인 여행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업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관람자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작품들에서 따스한 봄 냄새도 함께 맡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박혜령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울회 회장 (서울미대 여성동문회)을 맡고 있다. 에세이집 ‘나는 행복을 그립니다 (서교출판사)를 출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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