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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헌재 앞에만 3500개…’탄핵 근조화환’ 환경오염에 세금낭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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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헌재 앞에만 3500개…'탄핵 근조화환' 환경오염에 세금낭비까지
관저·헌재 앞에만 3500개…’탄핵 근조화환’ 환경오염에 세금낭비까지
16일 새벽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탄핵 반대 집회의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장형임기자

서울 용산구 길거리 곳곳에서는 ‘야외 장례식장’을 방불케하는 탄핵 관련 근조화환 행렬을 찾아볼 수 있다. 몇몇 화환은 밟히고 차여 지지대가 부러져 있고 날씨가 궂은 날이면 눈발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조화가 바닥에 굴러다니기 일쑤다. 집회 참가자들이 강풍에 쓰러진 근조화환을 연신 일으켜 세우고 밧줄로 여러 개를 묶어 고정해두려 애쓰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만신창이가 된 화환 개수가 수천 개를 넘어가며 탄핵 집회의 주 무대가 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단 항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근조화환 시위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이를 남발할 경우 환경 파괴·행정력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용산구에는 한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총 2800개가 넘는 근조화환이 설치됐다. 종로구에도 헌법재판소 일대를 중심으로 650개 이상의 근조화환이 있고 서울정부청사 주변에도 수 십개의 근조화환이 한 달 넘게 방치돼 있다. 시민 보행권을 침해하고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점도 우려되지만, 더 큰 문제는 전국에서 보내진 막대한 규모의 화환을 관리·폐기하는 역할이 개별 구청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화환 1개당 무게가 3~7kg라는 점을 고려하면 용산구는 최대 19.6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떠안은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한창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관저 부근 화환은 아직 철거하기 어렵다”면서 삼각지역·녹사평역 인근에 설치된 화환부터 점진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길거리에 놓인 근조화환은 설치한 단체 측 점유물이므로 철거까지 맡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구청은 이번 주 중에 집회 측에 계고장을 보내 자진 철거를 요청하되, 자신들이 철거 비용을 감당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해당 관계자는 “당초 집회 측 화환을 수거·재활용하기로 약속했던 업체가 ‘화환이 얼고 망가져서 가져가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꿔 곤란해진 상황이라더라”면서 “어쩔 수 없이 공익적인 측면에서 비용 청구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관저·헌재 앞에만 3500개…'탄핵 근조화환' 환경오염에 세금낭비까지
관저·헌재 앞에만 3500개…’탄핵 근조화환’ 환경오염에 세금낭비까지
녹사평역 인근 자전거도로 옆에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박민주기자

관건은 철거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앞서 서울시는 이달 9일 “한남동에 쓰레기 처리 차량과 인력을 대폭 투입하고 급증하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지원 예산에 화환 철거비까지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해당 비용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각종 폐기물이 소각장·매립지 등 최종 처리시설에 보내질 때 내는 반입 수수료 등을 의미한 것”이라면서 “화환 철거 관련 비용은 논의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각 지자체는 아직 지원 비용·기간 등을 조율 중으로 만약 지원 대상에 화환 철거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오롯이 구청이 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지자체가 예상하는 철거 비용도 실제 업체의 견적과는 사뭇 다르다. 영등구청은 지난해 반입금지폐기물 톤당 단가(21만 8000원)을 기준으로 비용을 잠정 추산했다. 이 경우 약 427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사설 폐기물 업체 5곳에 비용 문의를 해보니 최소 1960만 원에서 최대 5600만 원을 요구했다. 한 업체는 “화환 100개 당 65만 원에 상·하차 인력값 15만원도 추가된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업체는 “개당 2만원은 받는다. 나무와 폐합성 등 분리수거부터 물류, 폐기를 다 맡는데 400만원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각종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조화·생화와 목재·스티로폼·철사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된 대형 근조화환은 분리배출도, 통째로 버리기에도 까다롭다는 것이다.

화환 폐기뿐만 아니라 관리·거리 청소에 쓰이는 인력비용도 매일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용산구청은 한남동 관저 일대에 투입되는 청소 인력을 기존 20명에서 55명으로 2배 넘게 증원한 상태다. 이 비용은 일정 부분 서울시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매번 대규모 근조 화환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탄소 배출도 막대한 만큼 적정 수준의 제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플라스틱은 1톤당 약 5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생산·운송 과정까지 더하면 실제 배출량은 더욱 클 것”이라면서 “비폭력적 방식의 시위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풍선·화환·응원봉 등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도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서 현수막과 같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악영향은 더욱 커졌다”면서 “화환은 보낸 사람을 추적하기도 어려워 결국 지자체가 철거 책임을 떠맡는다. 집회에서는 아예 금지하고 본래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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