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쿠팡CLS 관련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또 같은 법 위반 사례 53건도 확인해 총 9200만원의 과태료 처분과 34건의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정부가 24시간 배송 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쿠팡CLS 관련 사업장 근로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조건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배송 기사 ‘불법파견 근로감독’ 문제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게차 키 꽂아두고, 안전 인증 안 받은 리프트 설치
고용부는 작년 10~11월 쿠팡CLS 관련 사업장 82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보건 분야 기획감독’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기획감독 대상 사업장은 쿠팡CLS 본사부터 쿠팡의 중간 물류센터인 ‘서브허브(34개소)’와 물류센터 상품을 배송기사에게 전달하는 공간인 ‘배송캠프(12개소)’, 상품 배송을 맡은 ‘택배영업점(35개소)’ 등이다.
쿠팡CLS는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다. 이번에 정부가 적발한 사례는 소비자가 플랫폼 쿠팡을 통해 상품을 주문한 뒤 이뤄지는 배송 과정 전반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23개 지방노동관서에서 92명의 감독원을 투입해 (사업장 1곳당)평균 3.9회, 많이 간 곳은 7회를 방문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쿠팡CLS 관련 사업장 82개소 중 절반인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4건이 적발됐다. 운행하지 않는 지게차에 열쇠를 그대로 꽂아두거나, 컨베이어 위 작업 발판을 설치하지 않고, 방호조치를 하지 않는 등이다. 이런 행위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리프트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계·기구 설비 중 하나인 리프트를 설치·사용하려면 반드시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고 사용할 경우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에 대한 수사를 지속해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산재 늑장 보고, 노무 교육·건강검진 미실시
쿠팡CLS 관련 사업장에서는 과태료 처분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근로자에게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1개월 이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CLS 배송캠프와 서브허브에서는 1개월을 넘겨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고용부는 2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택배영업점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실시해야 하는 교육을 하지 않고, 야간작업자에게 특수건강진단도 지원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이 외에도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 미준수, 위생시설 미설치, 안전화 및 안전모 미지급 등의 사례도 있었다.
고용부는 쿠팡CLS의 배송기사 불법파견 근로감독 의혹에 대해서는 배송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이뤄질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배송기사가 자비로 화물차를 보유하고 운행한다는 점, 업무 시간을 본인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 고정 기본급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런 점들을 토대로 대법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한 결과, 배송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쿠팡CLS와 관련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사항을 종합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며 “법 위반이 아닌 경우도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이런 개선사항들을 발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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