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트라이옥스(TriOx)’라는 명칭의 혈액 검사법을 공개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혈액 내 DNA 특징을 분석하는 원리로, 여러 유형의 암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습 부담 적은 검사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TriOx는 대장암, 식도암, 췌장암, 신장암, 난소암, 유방암 등 6가지의 암 유형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암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단계에 있음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향후 더 뛰어난 진단 능력을 기대해볼 만하다.
혈액 등 체액을 분석하는 이른바 ‘액체 생검(Liquid Biopsy)’은 기존의 조직 생검과 같은 침습적 진단 검사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검사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향후 유망한 검사법으로 각광받기에 충분하다.
연구팀은 TAPS(Templated Amplification of Polymerase Sequences)라 불리는 첨단 DNA 분석 기술을 머신 러닝과 결합했다. TAPS는 매우 적은 양의 DNA도 감지할 만큼 감도가 높고, 신속하게 분석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혈액을 통해 순환하는 DNA의 특징을 분석·결합했다. 암 세포가 발산하는 DNA 변화를 미세한 수준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한 것이다.
90% 전후의 높은 정확도
연구팀은 검사 정확도를 판별하기 위해 실제 임상 현장으로부터 여러 환자의 혈액 샘플을 제공받았다. 암을 앓고 있는 환자와 다른 질병을 가진 환자, 그리고 아무런 질환이 없는 사람의 혈액을 무작위로 검사해 진단 능력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민감도 94.9%, 특이도 88.8%라는 결과가 나왔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감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샘플을 제공받은 암 환자 100명 중 약 95명을 정확하게 진단해낸 셈이다.
반대로, 특이도는 ‘질병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감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샘플을 제공한 환자 중 암이 아닌 경우, 그리고 아무런 질환이 없는 경우를 88.8% 확률로 맞췄다는 의미다. 질환이 없는데도 불필요한 시술을 받는 경우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수석을 맡은 옥스퍼드 대학 종양학과 안나 슈 교수는 “이 검사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정기적인 혈액 검사만으로 더 이른 시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초기 발견 어려운 암 진단에 기대
여러 암 중에서도 특히 췌장암과 난소암은 병기가 상당 수준으로 진행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TriOx 검사법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다면 훨씬 많은 환자들이 적시에 합당한 비용만으로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큰 규모의 환자 그룹을 대상으로 TriOx의 검증 및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연히 더 많은 암 유형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암 조기 발견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나 혈당 검사만큼이나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암은 발견이 빠를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개인과 의료 시스템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훨씬 낮아진다. TriOx를 비롯해 혈액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검사법들이 공중보건은 물론 사회적 비용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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