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전량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주)신세계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도 이 총괄회장의 신세계 지분 10%를 매입할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의 이 총괄회장 신세계 지분 매입도 조만간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일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이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매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오는 2월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를 시간 외 거래를 통해 매수한다.
친족 간 거래는 20% 할증을 붙여 주식 1주당 가격을 책정한다. 정용진 회장이 사야 하는 주식 1주당 가격은 지난 9일 종가(6만4000원)에 20% 할증이 붙은 7만6800원으로, 총액은 2141억원에 달한다.
이를 매입하기 위해 정용진 회장은 현금 등 개인 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지분 매입이 끝나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28.56%가 된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이 사재(私財)를 투입해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경 회장의 이 총괄회장의 지분 인수도 곧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회장을 건너뛰고 바로 회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건 전적으로 정유경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안다”며 “‘정유경의 신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승계 작업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만큼 올해는 지분 인수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정유경 회장의 지분 매입 시기도 정용진 회장과 비슷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5년 전 이 총괄회장의 정용진·정유경 회장 남매에 대한 지분 증여가 동시에 이뤄졌다. 2020년 9월 이 총괄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의 8.22%를 각각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
이 증여를 통해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졌다. 두 사람 모두 각각 최대 주주로 올랐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신세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친족 간 지분 정리의 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친족 간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신세계가 아니라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신세계’ 등 독자 노선을 정리하겠다는 움직임”이라며 “이명희 총괄회장도 남매 각자의 경영 승계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분할돼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이마트·신세계 두 법인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고, 정유경 회장도 지난해 10월 신세계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마트-신세계의 계열 분리는 공식화됐다.
만약 정유경 회장도 정용진 회장처럼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직접 매입한다면 약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10%는 신세계 보통주 98만4518주다. 친족 간 거래로 주식 1주당 20% 할증을 붙여 책정하면 전량 매입 시 1500억~1550억원가량의 자금을 써야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을 랜드마크로 만들거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정유경 회장의 사업 역량은 어느 정도 증명된 상황”이라며 “자금을 확보하는 대로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이마트-신세계의 실질적인 분리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이 완전한 계열 분리를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 분리 심사를 받아야 한다.
통상 공정위의 계열 분리 심사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심사 후 공정위가 계열 분리를 공식 승인하면 절차가 마무리되고, 이마트와 신세계는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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