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의 자율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업계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의 지난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됐다.
LG화학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35.01% 급락한 1조2039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으며, 롯데케미칼은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되어 7643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솔루션은 6045억 원의 흑자에서 4003억 원의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됐고, 금호석유화학 역시 연간 영업이익이 10.6% 감소한 320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 수요 회복 지연과 함께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석유화학 자급률 제고와 공급망 내재화를 목표로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0년 3227만 톤에서 2023년 5440만 톤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증설 물량의 약 64%를 차지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과거 국내 석유화학 업계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23년에는 36.3%로 하락했다.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환경의 지속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최근 3개월 내 최고치인 배럴당 78.76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화학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 톤당 180달러 안팎으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300~35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달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기업들의 자발적 구조 개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며, 이에 따라 업계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OLED 편광판 사업부를 약 2800억 원에 중국 화학업체에 매각했으며,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이다.
효성화학은 9200억원 규모의 특수가스 사업을 그룹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며, 금호석유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해외 사업 매각 및 청산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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