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은 13일 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대응한 ‘비상계엄특검법(가칭)’ 초안을 검토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여당 자체 특검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 의총에서 충돌이 또 불거졌다.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내란 특검’에 찬성한 김상욱 의원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내면서다.
의총에서 토론이 아닌 다툼이 벌어지자 당 지도부는 자체 특검안 발의의 당론 결정을 위임해 달라고 제안했고, 결국 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자체 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이탈표 막기 위해 꺼낸 ‘자체 특검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서 “비상계엄 수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늘 의총을 통해 특검 제도의 취지와 원칙에 맞는 ‘비상계엄특검법’에 대한 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질서 있는 수사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6당이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이 제3자 추천 특검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전 특검법과 다르지 않다며 자체 수정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직전 특검법 표결 당시 이탈표가 6표에 이르면서 가결까지 2표만을 남겨둔 위기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주진우 위원장 주도로 야당 제시안보다 수사대상과 범위, 기간 등을 축소한 특검법 초안을 마련했다. 여당은 ‘외환죄 혐의’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위헌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권 의원은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이 어떻게 외환죄로 수사가 되냐”며 “이는 북한의 도발은 대한민국 정부가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김정은 정권의 궤변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외환죄는 헌법상 외국과의 관계에 해당하는 죄인데 북한과의 관계를 외환죄로 수사한다는 것은 김정은의 적대적인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검 자체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 직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가 거의 이뤄졌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만을 위해서 특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의총 진행 중 기자들과 만나 “특검 자체가 협상되선 안된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우리가 막아야 하는 ‘저지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조기 대선이 가시화될 경우 국민의힘에 올 후보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민주당 특검법에 대해 협상이 아니라 일치단결해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자체 특검법안을 만들어 민주당과 이를 협상할 생각 말고 당론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말했다.
◇ 의총서 터져 나온 ‘격론’
윤 의원이 당 지도부가 나서서 당론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주문한 것과 달리 이날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설득이 아닌 비난이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당 지도부의 일원인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상욱 의원을 향해 “정당은 무리 지어서 정당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뜻이 안 맞으면 같이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향해 ‘탈당 권유’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이후 다시 같은 취지의 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김 대변인은 “김상욱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며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에 당내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한지아·정성국·고동진 의원이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동진 의원은 한지아 의원과 함께 자리를 떠나며 “내가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정성국 의원도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에서 부적절한 일이 있어서 제가 항의를 좀 했다”며 “그 부분을 대부분 다 공감하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자체 특검안을 발의할지 고민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위 내란 특검에 대해선 우리당이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의견이 갈린다”며 “지도부가 권한을 위임받아 내일 오후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김대식 의원이 김상욱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당을) 나가라는 발언까지는 못 들었다”며 “공개석상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의총장에서 특정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상에 관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의총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총의를 모아 당론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결국 국민의힘 특검 자체안의 발의 여부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좌우되게 된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 지도부에서 의원들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후 (당론을) 결정하겠다”면서도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여러 정무적 사항을 고려해 판단하겠다.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도 상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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