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 약 5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의 공식 홈페이지가 갑자기 사라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그니오의 고가 인수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자 실패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MBK파트너스와 한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 이그니오의 공식 홈페이지(igneo.com)로 접속하면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pedalpoint.co)로 연결된다.
페달포인트 홈페이지에서는 이그니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으며, 이그니오의 계열사들은 페달포인트의 자회사로 사명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페달포인트를 통해 이그니오의 구주 지분 100%와 신주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대금은 한화 약 5800억원이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이그니오의 재무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고려아연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그니오는 지난 2022년 11월 기준 자본총계가 -18.73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연 매출은 29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매출의 약 20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수한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58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기업의 사명과 로고를 2년 만에 완전히 바꾸며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페달포인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다른 자회사인 캐터맨의 사명은 변경하지 않은 점 등에서 단순한 기업 이미지 통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그니오 인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실사 없이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을 책정했고, 그 결과 매도자들에게 최대 100배라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윤범 회장 측은 이그니오 흔적 지우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비상식적인 이그니오 투자의 진실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고려아연의 이사회 재편 및 집행임원제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발생해, 향후 전개될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MBK파트너스·영풍간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회사에 대해 조직적 비방 댓글을 달고, 명예 훼손한 조직에 대해서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추후 수사로 관련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배후세력은 엄중한 법적 책임과 함께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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