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에게 ‘나를 체포하려 접근하는 경찰들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제보가 13일 공개됐다. 총기 사용 등을 검토하라는 자신의 지시가 경호처 내부 반발로 좌초하자, 그럼 칼이라도 들고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남동 관저 안에 숨은 윤 대통령이 경호관들에게 무기 사용까지 독촉했다는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경호처 간부 6명과 오찬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무기 사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건희 라인’ 강경파로 지목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을 비롯해 6명의 경호처 간부가 참석했다고 한다.
앞서 한겨레는 ‘1월11일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과 오찬을 하며 수사기관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사용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폭로를 단독 보도했는데,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가 그 다음 날에도 연이어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경호처 내부에서 들어온 제보”라며 “내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참석자 등이 확인돼서 제보를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경호법상 현 상황에서 경호관들이 총기와 칼 등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불법적인 지시를 했는지 당장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려견 옷 구매, 노래방 기계 설치, 장기자랑이 경호처 직원 일?
윤 의원은 또 김성훈 차장이 김 여사 환심을 사기 위해 경호처 직원들로 하여금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 옷을 구입하게 하고 장기자랑을 시키는 등 업무와 무관한 일들을 하게 했다는 제보도 공개했다.
윤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처장이 윤 대통령 부부 환심을 사게 된 계기로 “(김 처장이)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들 옷을 경호관들이 구입하게 했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그는 “반려견 옷에다 관계기관 마크까지 새겨서 선물하기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 옷을 ‘상납’하며 대통령 경호 관련 기관 상징마크를 새겼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 내외 휴가 기간 때 경호처 직원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 노래방 기계를 설치한다거나 폭죽놀이를 하는데 폭죽을 사 오라고 시킨다거나 이런 사사로운 일에도 경호관들을 동원했다는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대통령 내외) 생일 같은 날에 직원들에게 일종의 장기 자랑을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이날 경호처 내부 직원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직원은 “경호처 직원들은 윤석열씨의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현재 열악한 근무 여건하에서도 신의로서 참아내며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여기까지 버텨왔다. 그러나 경호처 직원들에게 윤석열씨가 본인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상황에 대해서 당신을 경호하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믿을 수 없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처 직원들뿐만 아니라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는 경찰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자 도리라고 알고 있다. 경호처는 피경호인에 대한 의무와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윤석열씨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호처 강성 지휘부를 멀리하고 국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한겨레 고한솔 기자 /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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