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등의 불을 꺼야 아비[아들] 발등의 불을 끈다’는 속담이 있다. 급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일보다도 자기에게 닥친 위험이나 바쁜 일부터 막아야 함을 뜻하는 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관련 체포영장 재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위의 속담을 연상케 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올린 글은 최근 미국 로스엔젤러스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 LA 대형 산불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강한 돌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크고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썼다.
이어 “불의의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미국 국민 여러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한미 동맹을 소중함을 강조했다.
또 “LA는 전세계에서 우리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라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우리 교민 피해를 막는 데도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하루속히 산불이 진화되고 피해가 복구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직무 정지 상태의 윤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약 2주 만이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등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재난·사고 관련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통령경호처 회의에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시 무력 사용 검토 지침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간부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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