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글로벌 농기계 기업들, 무인 트랙터 각축
자율주행은 하나둘 완성… 이제 고도화 경쟁
韓 대동도 작업기 자동화 박차… 글로벌 기업들은 전기 트랙터 경쟁
트랙터 바퀴가 미국인 남성보다 컸다. 지난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5전시장에는 존디어 트랙터를 한번 타보려는 관람객들이 10m 남짓 줄을 서고 있었다. 한 남성이 “이거 탱크 아니야?”라 외쳤다. 트랙터가 한국 아파트의 2층 높이였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크기의 트랙터였다. 한국 트랙터들은 커 봐야 200 마력대다. 존디어 트랙터는 830 마력이었다.
더 놀라운 부분은 캐빈(조종석)의 뚜껑과 뒷면에 있었다. 사각형 뚜껑의 모서리마다 네개씩, 총 16개의 카메라가 장착됐고 케빈 뒷면에 아이스박스만한 검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제품 개발팀의 애론 웰스씨는 검은 상자가 당사의 2세대 GPU라 설명했다. GPU는 컴퓨터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말한다.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 AI(인공지능) 기능의 핵심으로 꼽힌다.
카메라가 360도 주변의 이미지를 수집하면 GPU가 분석한다. 이로 인해 존디어 트랙터는 경작지를 농부 없이 달리고 기어를 조작하고 끝에 다다르면 핸들을 돌리고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혼자 브레이크도 밟는다. 자율주행을 완성한 셈이다. 사실 조종석도 둘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구보다는 CES에서 아예 조종석이 없는 트랙터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은 현실로…이제 ‘쓸모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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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 한국 농기계 기업 중에는 대동이 올해 처음으로 참가했다. 역시 자율주행 트랙터를 공개했다. 자율주행만 놓고 보면 기술력이 존디어, 구보다에 뒤지지 않는다. 대동 트랙터도 4년의 개발 끝에 주행, 선회, 장애물 감지, 정지 등이 가능하다. 지난해 언론 행사에서 이미 시연도 했다.
당시는 자율주행 전에 농부가 경작지의 경계선을 따라 한차례 수동주행을 하며 트랙터에 작업 범위를 인식시켜줘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경작지들의 특성이 워낙 다양해 데이터를 아무리 수집해도 경작지의 안과 밖을 완벽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CES에서 확인 결과 존디어와 구보다도 같은 목적의 수동주행이 필요했다. 경작지의 경계선을 AI로 완벽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존디어와 구보다, 대동은 이제 자율주행의 실용화 경쟁을 하고 있다. 존디어의 2세대 GPU는 주변 사물을 포착하는 방식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카메라 두 개가 한 지점을 포착해 거리를 계산했다면 이제 3개, 4개가 동원된다. 그 결과 더 먼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주행 가능 속도가 40% 빨라졌다.
존디어는 전기 트랙터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2021년에 배터리 전문회사 크리셀(Kreisel)을 인수했고 현재 135마력 트랙터에 전기 엔진을 탑재했다. 주행만 한다면 45시간, 작업을 시켜도 8~10시간 구동할 수 있다.
미국은 티어(Tier) 4, 유럽은 스테이지 5로 숫자를 높여가며 농기계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구보다도 80마력 트랙터에 전기 엔진을 테스트 중이다. 4시간 작업이 가능하다. 대동은 전기 트랙터의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트랙터의 실제 작업은 앞뒤에 부착한 쟁기, 로터리, 수확기 등 100종류가 넘는 작업기가 한다. 상당수의 작업기는 농부가 수동 조작해야 한다. 존디어와 구보다, 대동은 작업기의 자동화 경쟁도 벌이고 있다. 존디어와 구보다는 아직 자동화한 작업기가 “매우 적다”고 했다. 대동은 10여가지를 자동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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