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에 근심이 커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 완화 움직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예고해 업체 불안감이 커진다.
미국·유럽 규제 변수에 어려움 가중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 완화를 이달 중 추진한다. 유럽 규제 당국은 당초 탄소배출 규제 방침을 강화해 왔으나 자국 완성차 제조사의 수요 약세와 중국과 경쟁 등을 의식해 이 같은 완화 조치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유럽의 친환경 정책 후퇴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는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체는 유럽 시장을 주요 수요처로 삼아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탄소 배출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지연시키거나 축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도 배터리업계에 잠재적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공세에 글로벌 점유율도 줄어
한국 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9.8%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3.7%p 하락했다. 반면 중국의 CATL과 BYD 점유율은 같은 기간 52.1%에서 53.9%로 1.8%p 상승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심항공교통(UAM) 등 비 전기차(EV)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삼성SDI도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미국에서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올해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해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 유럽 규제 완화에 트럼프 2기 집권, 중국기업의 위협 등이 한꺼번에 악재로 작용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는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국내 업체들은 ESS 공급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수익성 방어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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