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대통령경호처의 지휘부와 직원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호처 내부망에 올라온 ‘영장 집행 저지는 위법’이라는 글이 삭제됐다가 내부 반발에 의해 하루 만에 복구됐고, 경호처 중간급 간부회의에선 결사항전을 주문한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인력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경호처가 예상보다 빠르게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 차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부장·과장단 회의를 열었다. 김 차장은 ‘비폭력 원칙’을 강조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지침을 취소하고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대응 방침을 전했고, 부장급 간부는 이에 김 차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차장은 실탄을 포함한 화기는 가방에 넣어 노출되지 않게 휴대할 것, 전술복 및 헬멧 등 복장 착용 등을 지시했다”며 “이날 회의에서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사퇴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 차장은 사퇴를 요구한 중간급 간부를 즉각 대기발령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내부망에 올라온 수뇌부를 비판 글이 삭제 조치된 지 하루 만에 원상 복구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1일 경호처 내부망에는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저지는 위법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3000자 분량의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 관저를 요새화하는 등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상부의 지시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한 셈이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지 약 50분 뒤 김 차장은 전산 담장 직원을 시켜 삭제했으나, 이 같은 소식이 외부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내부 항의가 이어지면서 김 차장은 이날 해당 글을 복구시켰다.
|
경호처 공채 출신인 김 차장은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영장 집행 당시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인간 띠’를 만드는 등 공조수사본부를 막아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차장은 경찰의 3차례 조사 요구에도 불응하며 영장 집행을 끝까지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관저 현장을 책임질 경호 인력들의 반발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경호처의 결속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차장은 기강 확립 등 내부 단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독려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2차 체포영장의 유효 기간이 1차보다 훨씬 긴 3주 가량으로 알려지면서 경호 인력들의 사기 저하 문제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런 동요를 한껏 활용해 2차 영장 집행 전 경호처를 최대한 흔들어 놓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체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대치 과정에서 체포팀 인원들이 상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지휘부의 지시에 불복해 영장 집행을 막지 않는 경호처 직원들을 선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