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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왕좌 탈환’ 김상식 “8개월만에 우승 예상 못해…길 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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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축구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뛰어난 성과로 ‘동남아 축구 최강’ 반열에 올랐던 베트남은 박 감독의 후임으로 왔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밑에선 연이은 패배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다시 지휘봉을 쥔 ‘한국인’ 감독인 김상식 감독에게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지만 김 감독은 보란듯 부임 8개월 만에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아세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베트남에겐 더욱 값진 우승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 감독은 11일 베트남 특파원들과 만나 “모두가 하나 된 결과였던 이번 우승이기에 더 뜻깊다”며 소감을 밝혔다.

◇ “우승, 모두가 하나 된 결과라 더 뜻깊어”
김 감독은 아세안컵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기쁘다. 부임 8개월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베트남 국민들의 응원과 베트남 축구협회(VFF)의 많은 지원 덕분이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현지에 있는 우리 한국 국민들도 다 응원하고 축하를 해주셨다”며 “(교민들이) 베트남 사람들과 비즈니스도 하고 회의도 하고 해야 하는데 전부 축구 얘기랑 감독님 이야기만 한다며 자랑스러워 해주셔서 참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컵 우승에 대해선 김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승 진출에 목표를 뒀지만 결승에서 최대 숙적이자 동남아 축구 강호인 태국을 두 번이나 만났고, 2차전도 태국의 홈구장에서 치러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은 “우승이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8경기를 치르고 4번의 원정을 떠나야 했던 고된 일정을 언급하며 “날씨나 음식 등 현지 환경에 대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선수들이 헌신적으로 준비하고 버틴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상식호’는 아세안컵 결승전 양 경기에서 태국을 꺾은 최초의 팀·태국을 상대로 태국의 홈구장에서 두 번이나 승리한 최초의 팀이란 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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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베트남 정부청사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가운데)가 2024 아세안컵 우승을 거머쥔 김상식 감독(오른쪽)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베트남축구협회 제공

◇ 장단점 파악·일관된 철학이 승리 비결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부침을 겪고 있었다. 김 감독 부임 이후 베트남 대표팀은 단숨에 기량을 끌어 올렸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이전부터 베트남 대표팀이 보여준 성공과 실패 사례를 꼼꼼히 분석했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필요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철학도 베트남 대표팀을 하나로 묶었다. “열 번 빼앗겨도 좋으니 열한 번 빼앗아 오자는 정신, 팀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을 강조했다. 한 팀으로 뭉쳐야 강해진다고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는 김 감독은 이어 “특유의 전술만 고집하기보다는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전술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선수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발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 먼저 간 박항서 감독 덕분…”아버지 같은 조언 받았다”
김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다보니 내가 추구하는 전술과 철학을 녹여낼 시간이 부족했다”고도 토로했다. 지휘봉은 잡았지만 언어와 환경적인 어려움도 컸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전임 박항서 감독의 도움이었다.

김 감독은 “박 감독님이 선수들 성향부터 소소한 뒷이야기, 출신지역별 특성까지 꼼꼼히 조언해주셨다. 혼자 시작했다면 그만큼 빨리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 감독의 업적이 부담이 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부담이 크지만 박 감독님이 워낙 잘하셨기에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제가 앞으로도 잘해야 이후로도 한국 지도자들에게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박 감독 ‘파파 리더십’이은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
아버지 같은 ‘파파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이끈 박 감독에 이어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겐 친형처럼 다가가려 한다. 평소엔 장난도 자주 치고 친근하게 대하지만 운동장에선 냉철하게 단호함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강점으로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열정과 ‘하면 된다’는 강한 의지를 꼽았다. 그는 “다만 이런 의지를 내면에서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아 베트남 문화와 한국 문화를 아우르는 정(情)과 우정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 했다”고 덧붙였다.

우승 후 선보인 과감한 ‘댄스 세레머니’도 큰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사실 체력이 안됐는데… 선수들이 계속 춤을 추라고 하니 우승하면 꼭 추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응우옌 쑤언 썬과 함께 추기로 했는데 썬의 부상으로 함께 추지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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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치러진 태국과의 아세안컵 2차 결승전에서 골절상을 입은 응우옌 쑤언 썬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고 있는 김상식 감독/베트남축구협회 제공

◇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더 성장해야…동남아 넘어 아시아로”
김 감독은 “1~2년 뒤라 해도 동남아 ‘빅4’로 불리는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외에 캄보디아·싱가포르·미얀마 등도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귀화와 이중국적 선수들이 늘어나 전력이 평준화되는 추세”라며 동남아 축구 전반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도 리그 시스템과 선수 발굴에 더 노력해야 한다. 동남아 우승가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다. 아시아 무대로, 더 나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꿈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아져…교민들의 든든한 힘
박 감독에 이은 김 감독의 활약으로 베트남에선 다시금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인들이 사업 미팅을 하는데 축구 얘기만 하느라 오히려 비즈니스가 더 쉽게 풀린다는 농담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국민들이 열렬히 환영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길거리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알아봐 주는 점이 한국과 또 다른 문화적 차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아 기쁘다는 김 감독은 “박 감독님도 그랬듯 제 성과가 교민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 감독직에서 물러날 땐 아쉬움이 컸지만 “베트남에서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아직 살아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는 김 감독은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해 베트남에서 활약하는 한국 감독의 좋은 사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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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2024 아세안컵 우승 이후 열린 기자회견.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국기를 둘렀고 골키퍼 응우옌 딘 찌에우는 태극기를 두르고 참석했다/년전(인민) 캡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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