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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초토화’ 잿더미만 남은 LA 주택가…”너무 처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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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잿더미가 된 LA의 한 주택./연합뉴스
산불로 잿더미가 된 LA의 한 주택./연합뉴스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곳곳에서 11일(현지시간) 닷새째 대형 산불이 확산 중인 가운데, 이미 불길이 휩쓸고 간 일부 지역은 강제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낮에는 주민과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해졌다.

이날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기자가 찾은 LA 카운티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 지역 알타데나의 주택가는 그야말로 ‘초토화’ 된 화재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먼저 이 산불의 최초 발화지인 주택가 도로 ‘알타데나 드라이브’와 ‘미드윅 드라이브’ 근방으로 들어서자 휴대전화에 시끄러운 ‘대피 경고’ 메시지가 뜨면서 공포감을 줬다. 대피 준비를 하라고 경고하는 이 메시지는 즉시 대피 명령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이 동네 초입인 아래쪽에 자리 잡은 주택들은 멀쩡해 보였지만, 오르막 차로를 따라 산지에 가까운 쪽으로 접어들자 시꺼멓게 불에 타고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어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새까만 벽체나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처참한 풍경이 나타났다.

차로 중간에 이어진 한 골목길 입구에서 길 안쪽을 들여다보니 여러 채의 주택이 불에 타 전소된 모습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폐허가 된 집터는 더 끔찍한 광경을 드러냈다.

LA 알타데나에서 산불로 모두 타고 잔디 마당에 미끄럼틀만 남은 집터./연합뉴스
LA 알타데나에서 산불로 모두 타고 잔디 마당에 미끄럼틀만 남은 집터./연합뉴스

골목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집은 바깥쪽 벽체 일부만 남은 채 그 안쪽에 있던 모든 것이 타버려 형태가 남아 있는 물건이 아무것도 없었다.

앞마당의 잔디가 깔린 부분만 불에 타지 않았고, 그 위에는 이 집의 어린아이가 탔을 법한 미끄럼틀만 온전히 남아 있었다. 잔디에 설치된 자동 스프링클러 덕에 땅에 습기가 있어 이 부분만 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잔디 마당 뒤편의 기다란 정원수는 밑동의 잎과 잔가지가 모두 타버리고 꼭대기 부분만 일부 남아 불길이 순식간에 휩쓸고 간 흔적을 보여줬다.

그 뒤에 있는 집터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앞쪽에 주차된 차는 보닛 일부와 뼈대만 남은 채 잿더미에 뒤덮여 있었고, 콘크리트 벽돌로 쌓은 외벽은 밑부분만 남긴 채 조각조각 부서져 내려 있었다.

벽 안쪽에는 전자레인지와 오븐,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이 까맣게 타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LA 알타데나에서 산불로 모두 타고 문틀에 남아있는 성조기./연합뉴스
LA 알타데나에서 산불로 모두 타고 문틀에 남아있는 성조기./연합뉴스

이 집의 정문을 장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나무 틀에는 성조기가 내걸려 있었는데, 갈기갈기 찢긴 채 윗부분의 조각만 간신히 매달려 있어 쓸쓸함을 더했다.

골목 안쪽에는 어린이 관련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큰 건물터에 쓰러진 철근과 철제 파이프 등 잔해만 남아 있었다.

땅에 쓰러져 널브러진 벽체를 만져보니 단단한 콘크리트 재질로 보였는데, 종잇장처럼 무참히 구겨진 모습은 이번 화마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실감케 했다.

LA 산불로 타버린 건물 터에 무너져 있는 콘크리트 벽체./연합뉴스
LA 산불로 타버린 건물 터에 무너져 있는 콘크리트 벽체./연합뉴스

그 뒷집 역시 잔디 마당과 그 위에 고꾸라진 농구 골대, 형체만 남은 세탁기·건조기, 자동차만 알아볼 수 있을 뿐, 모든 것이 사라진 상태였다.

집 뒤편의 큰 야자수 두 그루는 새까맣게 그을린 채 남아 있었다.

지난 9일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화재 현황을 전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는데, 기자가 실제로 그 현장을 보니 그보다 더 들어맞는 표현을 찾기가 어려웠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꼽히는 미국 중산층의 튼튼한 골조 주택도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LA의 한 주택./연합뉴스
산불로 잿더미가 된 LA의 한 주택./연합뉴스

현장에서 마주친 여성 리제트(43)는 이웃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 화재 피해 지역이 어떤지 걱정돼 가족과 함께 한번 둘러보러 왔다고 했다.

현장을 직접 본 느낌이 어떤지 묻자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무 처참하다”며 “매우, 매우 슬프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산불 피해가 이렇게 심각해진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날씨 탓이 큰 것 같다”며 “LA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겨울에 이렇게 비가 안 오는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산불을 급속히 키운 돌풍에 대해서도 “바람이 이 정도로 심한 적은 결코 없었다. 분명히 (기후변화 측면에서) 뭔가가 달라졌고, 그게 정말 무섭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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