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1일 경찰의 3차 출석 요구도 불응했다.
경찰은 조만간 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 차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12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의 지휘부 네 사람은 상반된 행보를 보인 셈이 됐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이미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성훈 차장은 3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2차 경찰 출석 요구까지 거부했으며, 경찰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3차 출석을 요구했다.
이처럼 수뇌부의 엇갈린 행보를 보고, 일각에서는 경호처가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두고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 경찰 3차 출석 요구 모두 불응한 김성훈 차장… 경찰, ‘尹과 함께 체포’ 방침
경호처의 지휘부 네 사람은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 중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 기한에 맞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했다. 박 전 처장은 이날 13시간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 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11일에도 경찰에 출석해 14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11일에는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경찰에 2차 출석 요구에 응해 9시간 가까이 조사받았다. 경비안전본부는 대통령실과 그 주변 지역의 경비를 총괄하면서, 대통령실 내·외곽을 담당하는 군·경 경호부대를 지휘한다. 이진하 본부장이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할 실무 총책임자인 셈이다.
반면 박 전 처장의 사직에 따라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전날 오전 10시까지였던 경찰의 3차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 역시 전날까지 출석하라는 경찰의 두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호본부는 대통령의 행사를 수행하는 등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경호하고, 방한하는 외국의 정상·행정수반 등 요인에 대한 경호도 담당한다.
경찰과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곧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광우 본부장도 세 번째 출석 요구까지 불응할 경우 체포 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과 함께 이들도 체포해 경호처 수뇌부를 우선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 ‘尹 수사 필요성’은 인정하는 온건파, ‘전면 충돌’ 불사하는 강경파
이처럼 경호처 지휘부의 대응이 나뉘는 이유에 대해 ‘강경파’와 ‘온건파’의 차이라고 보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첫 출석 당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까지 부정하지는 않은 발언으로 풀이됐다. 박 전 처장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유다.
박 전 처장은 더구나 지휘부 중 유일하게 경호처 내부가 아닌 경찰 출신이기도 하다. 이진하 본부장도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반면 김 차장은 ‘내부 실세’이자 윤 대통령의 ‘절대 충성파’로 꼽힌다. 지난 1996년 경호처에 들어간 김 차장은 경호처 내에서 정보통신과 기획 분야의 주요 직책을 역임한 뒤 지난해 5월 경호처 차장직에 올랐다. 이광호 본부장도 김 차장과 같은 강성파라고 분류된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도 지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장은 전날 경호처 직원 내부 게시판에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물리력을 행사해 막을 경우,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게시자의 소속 부서장이 김 차장의 삭제 지시를 거부했음에도, 경호처 전산망 담당자가 이 게시글을 강제 삭제했다고 전해졌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박 전 처장의 온건파보다 김 차장의 강경파를 더 신뢰한다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관저 주변을 순시할 때도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이 박 전 처장보다 먼저 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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