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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서울경제 조회수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 1

“체포영장 집행하려던 날에는 하도 시끄러워서 돌아다니는 주민들 눈이 다 벌갰어요. 잠을 못 자서.” (한남동 거주 자영업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장기화되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찬반 집회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역 주민과 자영업자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이 ‘공해 수준’이라면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9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탄핵 찬반 집회 근처에서 기자가 직접 측정한 소음. 박민주 기자

12일 서울경제신문이 직접 디지털 소음측정기를 이용해 1분 등가소음도(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를 측정한 결과 지난 9일 오전 11시 기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열린 집회 소음은 최대 83데시벨(dB)까지 치솟았다. 한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집회 건너편인 나인원한남 아파트 근처에서도 70dB를 넘는 소음이 측정됐다.

특히 국제루터교회와 일신홀 사이 탄핵 찬반집회 확성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구간에서는 “윤석열 체포”와 “이재명 구속” 등 양측의 구호 소리가 들려 피로도가 가장 높았다.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9일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탄핵 찬반 집회 근처에서 기자가 직접 측정한 소음. 장형임 기자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에도 난방버스·은박 담요 등으로 중무장한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가 되자 더욱 늘어났다. 소음도 더욱 커졌다. 집회에서 200m가량 떨어진 서울 지하철 한강진역 2번 출구를 나서는 순간에도 마이크와 확성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서울경제신문이 오후 3시 측정한 집회 소음은 최대 88dB에 육박했다. 88dB의 소음은 흔히 ‘교통정체를 빚고 있는 도로’나 ‘믹서기’ 수준으로 꼽힌다.

영국 왕립국립청각장애인연구소(RNID)는 88dB의 소음에 대한 ‘안전한 노출 시간’을 4시간으로 규정한다. 85dB 이상의 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문제는 야간 집회가 수 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야간에도 주간과 비슷한 소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해가 지고 난 뒤인 오후 6시께 잰 소음은 83dB이었다.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9일 오후 6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탄핵 찬반 집회 근처에서 기자가 직접 측정한 소음. 박민주 기자

대통령 관저 인근 부지는 주로 주거지역으로 구성돼 집시법 시행령 소음 기준에도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 시행령은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시위에 대해 5분 등가소음도 주간 60dB·야간 50dB·심야 45dB 이하를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다니는 한남초도 인접해 있어 학습권 침해 문제가 두드러진다. 이날 관할 교육청인 서울중부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방과후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통학로를 만들고 질서 유지를 지원하고 있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도 70dB이 측정될 정도로 소음이 커 학생들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학교에 학부모 민원이 다수 접수됐고, 불안한 마음에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이들도 늘어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지속해서 소음을 측정하면서 규정 위반 시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확성기 사용 중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확성기 일시 보관 조치가 가능하지만 물리적 충돌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달 7일 체포영장이 재발부되고 탄핵 찬반 집회도 매일 같이 열리면서 지역주민들은 ‘소음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남동 주민 40대 홍 모 씨는 “시끄러운 게 가장 힘들다. 육성으로 해도 충분한데 노래를 틀고 확성기를 쓰니까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면서 “인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데 직원들이 소음 때문에 집중을 못 해 오후 4시면 퇴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화장품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즐비해 ‘핫플’로 떠올랐던 한남동 일대 상권도 연이은 집회로 유동인구가 감소했다고 한다. 한남동 소재 부동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11월 대설특보 때도 북적이던 동네가 다 죽었다”면서 “계엄령 때 1차로 손님이 줄었다가 회복하나 싶더니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밤에도 80dB 치솟는 ‘관저집회 소음’…’잠 못자고 손님도 안와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길거리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박민주 기자

집회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길가에 쌓이는 등 각종 소란도 골칫거리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점장 김 모 씨는 “편의점 내부 주류 취식이 금지됐지만 어르신들이 자꾸 술을 산 뒤 내부에서 마셔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편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집회 현장의 긴장감도 더욱 고조됐다. 경기도 의왕에서 온 A(58)씨는 “지난 3일부터 집회에 참가했는데 그네들(체포조)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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