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차 발부받은지 엿새째에 접어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 있어 경호처와 물리적 충돌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체포에 성공해 조사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부터 조사·신병 처리 등까지 결과에 따라 ‘무용론’에 재차 불을 붙일 수 있어 공수처가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11일 오전 10시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출석하라는 경찰의 세 번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10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직하면서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경호처는 “김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한 바 있다.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김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차장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등 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박 전 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11일 경찰에 출석·조사를 받았다.
박 처장이 10일 사임하면서 경호처는 현재 김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수처는 박 처장 사임으로 생긴 경호처 수장 공백이 “영장 집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호처 지휘부 변동에 따른 내부 반등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고 관측한다.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을 고민하고 있는 김 차장은 앞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사이이자,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힌다. 그만큼 ‘경호처를 누가 이끌고 있느냐’ 또 ‘지휘 체제에 동요가 일어나는 지’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공수처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대규모 경찰 인력 동원을 계획 중에 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은 고민 거리일 수 밖에 없다”며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먼저 집행할 지 또 어느 정도 경찰력을 동원할지 등 여러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만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하더라도, 공수처의 과제는 여전히 여럿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공수처는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체포에 이은 구속으로 100%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조사 과정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소해라. 아니면 사전영장(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그러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무효인 체포영장에 의한 불법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다”면서도 “더는 분열과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이 희생되는 건 막아야 하니까 법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는 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여러 정치적 사건에서도 체포영장 집행이 안 된 사례가 무수하다. 유명한 정치인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피의자 조사가 아무 의미 없었던 적이 많다”며 “체포영장이나 조사는 수사의 마지막 단계라서 증거가 확보돼 있으면 기소하든지, 꼭 조사할 거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겉보기에는 한 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한다는 뜻이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분석이다. 윤 대통령 측이 이날 발언에서 이미 진술거부권을 언급한 데다, 불법 체포영장 등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 발언을 보면, 법원이 아니면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 보인다”며 “공수처가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받았다는 점 등 모든 부분을 불신하는 의미라, 체포되더라도 조사에서는 입을 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