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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주말 이른 오전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법원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로 10여일간 한남동 인근은 진보·보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날 역시 한남동 루터교회 앞에서는 보수단체가, 관저 인근에서는 진보단체가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보수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구호를 외치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보수단체는 대형 전광판과 스피커를 설치해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 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은박 담요를 몸에 두르고 있는 일명 ‘키세스’ 시위대로 불리는 진보단체 집회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이달 7일 서울 전 지역에 폭설이 내릴 때부터 관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보온 기능이 있는 은박 담요를 몸에 둘렀고, 이러한 모습이 마치 미국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키세스’와 닮았다는 이유로 키세스 시위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한남동 앞은 그간 혼란의 도가니였다. 이달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당시만 해도 양 단체는 한남동에 각 10만 명 가량의 집회 인원을 신고했었다. 실제 당시에는 경찰 버스가 도로에 차벽을 치고 집회 참가자들도 1~2개 차로를 점거한 탓에 교통체증과 소음 등이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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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한남동 앞은 평소 대비 집회 인원이 많지 않은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인원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로 향했기 때문이다. 경찰 또한 차벽을 대부분 철수시켰고, 시민의 관저 앞 통행을 막기 위해 보행로 일정 구간을 막고 있던 바리케이트도 사라졌다. 시민의 통행은 대체로 자유로운 편이었으며, 이날은 관저 정문 인근에도 시민들이 접근해 집회 관련 피켓을 들기도 했다. 각 단체 집회 신고 인원도 3만 명을 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한남동 관저 정문 앞에는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모여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날 여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출범한 ‘탄핵반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모임’ 소속 당직자들 18명가량이 오전 9시께 관저 앞에 모였다.
이달 9일까지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간사로 한 이 모임 참석자들은 59명이었으며,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원희룡전 장관 또한 일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해당 모임 인원은 총 80명으로 이틀 새 21명이 늘어났다. 김기흥 대변인, 김동원 대변인, 최기식 북한인권 및 탈납북자위원장, 김형석 통일위원장, 한무경 중소기업위원장 등 현직 국민의힘 지도부들도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임 구성원들은 매일 한남동 관저 앞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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