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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반대 집회 성조기, 외신은 어떻게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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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밑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밑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태극기와 성조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 보수 성향 집회에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다. 이번 비상계엄이나 윤 대통령 탄핵은 미국과 일절 관련이 없지만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구호인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을 외치고 있다. 외신도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냉전을 경험한 고령층, 보수 개신교 세력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성조기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가 흩날리는 모습은 외신의 눈에서도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에 외신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왜 성조기를 들고 있는지 분석하고 나섰다.

가디언은 지난 3일 “외부에선 태극기와 성조기의 조합이 당혹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미국은 동맹국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친윤 단체는 상대측이 북한에 종속됐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본인들은 공개적으로 미국을 우상화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한국을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시켰고,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보호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을 기독교적 가치에 내재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 세계관도 탄핵 반대 집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등이 탄핵 반대 집회 주축이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 지지층의 중추는 한국의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이며, 이런 교회의 다수는 한국전쟁 이전 북한 공산주의 박해를 피해 도망간 기독교인들이 설립한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은 종교적 정체성에 반공주의 이념을 더했다. 전광훈 목사는 반대 세력을 사형에 처해야 할 ‘공산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했으며,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브 스트리밍도 제공된다”고 했다.

▲지난해 말 광화문 앞 보수 집회 모습. ⓒ미디어오늘
▲지난해 말 광화문 앞 보수 집회 모습. ⓒ미디어오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많은 이들은 고령층이고, 복음주의 개신교 기반이다. 한미 동맹은 이들 정체성의 핵심이다. 임기 중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한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지지자 사이에서 동정심을 사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집회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구호인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 적힌 플래카드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 당선인과의 유사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BC뉴스는 지난 6일 보도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선 미국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국기를 흔드는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 관련 슬로건도 보이는데,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을 정치적 동지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4일 “한국 극우세력에 냉전적 사고방식이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반공주의는 핵심적인 이념이며, 성조기는 북한이나 다른 위협에 대응하는 상징과 같다”고 했다.

▲2017년 서울 시청 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2017년 서울 시청 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보수 집회에서 성조기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140여 보수단체로 구성된 ‘반핵·반김 국권수호 국민대회 협의회’는 2004년 3·1절 당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념집회를 개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협의회는 당시 집회 참가자들에게 태극기 30만장, 성조기 20만장을 나눠줬다. 같은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 참가자들 역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후 성조기는 보수 성향 단체의 주요 집회 때마다 등장하게 됐으며, 2016년부터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서도 탄핵 반대 측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이 주요 국면 때마다 성조기를 드는 것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태극기 집회’, 박정희와 한국 보수주의」 논문에 따르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의 정체성은 ‘반공 이데올로기’로 요약할 수 있다. 논문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적대적인 대북관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우 강한 요인”이라며 “이는 미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들에게 미국은 북한의 남침에 대항해 한국을 지켜준 혈맹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 놓인 한국 국민이 생존할 수 있도록 막대한 양의 물자를 제공해준 나라다.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흔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017년 한국문화사회학회 학술지 문화와 사회에 게재한 논문에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애국심은 미국 성조기를 통해 나타난다. 이들에게 성조기는 안보와 생존을 지켜줄 ‘든든한 수호자’의 상징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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