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가 폐막을 앞둔 가운데 이번 CES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접촉한 한국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AI 컴퓨팅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업 기대에 이들 기업 주가도 요동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 공급 동맹을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9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SK전시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났다”며 “HBM과 관련해 ‘헤드투헤드’ 전략으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제품에 들어가는 HBM을 공급하고 있다.
최 회장과 황 CEO는 이번 CES 행사에서 화두로 떠오른 피지컬 AI와 관련해서도 협력 의사를 밝혔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AI를 말한다. 최 회장은 “황 CEO와 피지컬 AI 관련해 의견을 나눴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계열사 SKC가 생산하는 반도체 유리 기판도 엔비디아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 회장이 황 CEO와의 회동을 마친 직후 SK그룹 부스 내 유리 기판 제품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언급하면서다. 이날 SKC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최고 23.04%까지 급증했다.
현대차그룹도 9일 미국 퐁텐블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능화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AI 기술 적용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와 생성형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AI 모델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을 활용해 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학습에 필요한 가상환경 구축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AI 기술 개발 기업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도 엔비디아와 미래 사업을 두고 접촉했다. 칼리버스는 CES 2025 개막 전날 독자 플랫폼에 실사 융합 기술과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등 신기술을 선보였다.
김경업 롯데이노베이트 대표는 CES 개막 당일인 7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마련된 롯데이노베이트 부스에서 닐 트래빗 엔비디아 부사장을 만나 클라우딩 컴퓨팅 시스템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엔비디아 측도 칼리버스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트레빗 부사장과 칼리버스를 통한 한·미·일 메타버스 산업협의회와의 연계에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임사 중에서는 크래프톤이 8일 퐁텐블로 호텔에서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한 CPC(코 플레이어 캐릭터) 기술을 공개했다. CPC는 엔비디아의 게임 특화 AI 구축모델인 ACE(아바타 클라우드 엔진)에 크래프톤 자체 소형 언어 모델(SLM)을 접목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한 게임 내 NPC는 정해진 패턴이 아닌 환경과 유저 조작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심지어 얼굴 표정과 행동 묘사도 그때 그때 다르다. 유저와 게임 속 캐릭터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고 유저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크래프톤은 또 올해 3월 출시 예정인 인생 시뮬레이션 신작 ‘인조이’에 해당 기술을 도입한다. 크래프톤은 이날 인조이 내 CPC인 ‘스마트 조이’ 영상을 공개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시연대를 마련했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은 “CPC가 게임 업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도록 최적화와 표준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라며 “AI 기술이 게임 산업에 가져올 큰 변화를 믿고 엔비디아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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